花甁의 꽃/김춘기
햇살에 취한 그 날
허리 쓱 잘려졌다.
피 뚝뚝 흘리며 혼절한 흑빛 잎새
차디찬 분무기 물살에
水晶처럼 눈을 뜬다.
귀도 손도 떨어지고
꿈마저 베어져서
통증 참아내며 화병에 꽂혀 운다.
연둣빛 비린내들이
내 주위를 나뒹군다.
눈감고 귀도 막고 서러움 삭혀가며
꽃으로 태어난 걸 탓해본다, 문득문득
탁자 위 빨간 꽃잎이
내 想念을 썸벅 벤다.
(금호문화 2001.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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