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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花甁의 꽃

by 광적 2012. 3. 7.

  花甁의 꽃/김춘기

 

 

햇살에 취한 그 날

허리 쓱 잘려졌다.

피 뚝뚝 흘리며 혼절한 흑빛 잎새

차디찬 분무기 물살에

水晶처럼 눈을 뜬다.

 

 

귀도 손도 떨어지고

꿈마저 베어져서

통증 참아내며 화병에 꽂혀 운다.

연둣빛 비린내들이

내 주위를 나뒹군다.

 

 

눈감고 귀도 막고 서러움 삭혀가며

꽃으로 태어난 걸 탓해본다, 문득문득

탁자 위 빨간 꽃잎이

내 想念을 썸벅 벤다.

 

(금호문화 2001.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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