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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여름 일기

by 광적 2012. 3. 7.

      여름 일기/김춘기

 

 

 

뒤란 펌프 물 길어 땡볕도 부어 넣고

아버지 등을 민다, 심장소리 더듬는다

온몸엔 구십년 주름

화석처럼 잠겨있다

 

움푹 앉은 아랫배 갑골문자 앙가슴

아들 앞에 맨몸으로 아이가 되신 어르신

정강이 발목 그 아래

갈퀴발이 선명하다

 

동생들과 턱걸이하던 이두박근 통나무 팔뚝

이젠 고사목인가 뚝뚝 꺾일 것만 같다

툇마루 걸터앉으신

어머니 머루알 눈물

 

장독대 위 정화수 당신 소원 고여 있고

울에 기댄 토란잎도 손에 손 모으는데

반 뼘의 세월 꼬리를

산그늘이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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