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김춘기
뒤란 펌프 물 길어 땡볕도 부어 넣고
아버지 등을 민다, 심장소리 더듬는다
온몸엔 구십년 주름
화석처럼 잠겨있다
움푹 앉은 아랫배 갑골문자 앙가슴
아들 앞에 맨몸으로 아이가 되신 어르신
정강이 발목 그 아래
갈퀴발이 선명하다
동생들과 턱걸이하던 이두박근 통나무 팔뚝
이젠 고사목인가 뚝뚝 꺾일 것만 같다
툇마루 걸터앉으신
어머니 머루알 눈물
장독대 위 정화수 당신 소원 고여 있고
울에 기댄 토란잎도 손에 손 모으는데
반 뼘의 세월 꼬리를
산그늘이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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