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탱하는 힘
사랑하는 양주백석중학교 학생회 대의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서 기분 좋습니다. 오늘은 이 세상의 리더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한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십여 년 전 충청도의 소도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면사무소 앞, 퇴근시간에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끼더니,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산책을 나왔던 마을의 늙은 영감 한 분이 비를 피하려고, 황급히 양철지붕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한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잠시 후 세 사람이 더 들어왔습니다. 비를 피해야 할 처마 밑은 결국 만원버스처럼 좁아지고 말았습니다.
순간 갑자기 몸집이 큰 아주머니가 발이 안 보이게 뛰어오더니,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결국 맨 먼저 비를 피하던 마을 청년이 밀려나가고 말았습니다. 청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딴 곳을 쳐다보며 자기 일이 아닌 듯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때 옆에 있던 영감은 젊은이에게 "세상이란 다 그런 거라네”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청년은 물끄러미 그 영감을 바라보다가 빗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비에 흠뻑 젖은 채 나타난 그 청년의 옆구리에는 비닐우산 다섯 개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사람들에게 우산을 하나씩 건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청년이 준 우산을 쓰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각자 가던 길로 향하였습니다. 세상 타령이나 하던 영감은 그곳에 계속 서 있었습니다.
학생회 대의원 여러분! 우리는 이웃들이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잇속만 챙겨도 그저 “세상은 다 그런 거야.”하며, 현실을 인정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그 잘못된 세상 속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젊습니다. 여러분들은 패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누구보다도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우리학교의 리더입니다. 세상이 다 그렇더라도 나만은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 이것이야 말로 이 세상을 지탱해 나가는 힘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주백석중학교의 학생회 대의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2012.11.22 양주백석중 대의원회의 리더십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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