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한 어머니
-명예교사 위촉장 수여식
몇 년 전 지방에 사는 어느 어머니의 편지글입니다.
그녀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어 내 말을 해야 하고, 남의 말은 대충 듣는 보통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는 중학생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딸에게 늘 잔소리를 하고 딸내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거의 매일 화를 내었습니다.
그녀의 딸은 말이 느린 편입니다. 밥 먹는 것은 물론 다른 행동까지도 느렸습니다. 잠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함께 슈퍼에라도 가려면 어머니는 먼저 짜증부터 내곤 했습니다.
‘너는 도대체 걷는 것까지도 네 애비를 꼭 닮았냐! 어휴 답답해.’
그런데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여름방학에 딸과 친정아버지 생신에 가는 길, 어머니는 딸에게 빨리 따라오라고 재촉하면서 전철역 계단으로 탕·탕·탕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갑자기 오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던 길도 바쁜데 어디로 가는지 화를 참으며 어머니는 계단의 중간 쯤 되돌아가 딸내미의 행동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딸이 어떤 할머니의 짐을 대신 날라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다리를 절면서 한쪽 손엔 무거운 짐까지 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늘 마음이 바쁜 어머니는 순간 놀랐습니다.
딸은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자,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딸이 곱게 인사까지 하고, 방긋 웃으면서 뛰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반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딸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사실 딸은 행동이 느려터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생각이 있는 사춘기의 아이였습니다. 가슴이 따뜻한 중학생 딸이었던 것입니다.
(201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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