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수평선 흔들다
김춘기
섣달에도 꽃이 핀다, 검푸른 물밭 위에
망사리 진 상군 할망 발걸음 잰 가파도
금채기 끝난 포구에 테왁 꽃이 만발이다
남편이고
자식이고
친구이던
평생 일터
여름에도
겨울인 삶
눈물은 가슴에 묻고
바다가
목숨이라며
바다처럼
웃던 당신
꽃샘바람 눈설레도 가던 발길 멈추고
섬 혼자 종일토록 먼지잼에 젖던 그날
이어도 썰물 길 따라 별이 되어 떠나셨죠
가족을 등에 지고 오늘도 낮아지는
물의 근육 일렁이는 파도의 늪 헤치는
어머니 숨비소리가 수평선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