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시 너덜겅
김춘기
몸 불편한 하루가 편의점에서 나와
다 낡은 가방 메고 고시원으로 향한다
골목길 쓸던 바람이
언덕길에 멈춘 심야
건너뛴 끼니들을 컵밥으로 때우는
취준생 발걸음이 모래주머니처럼 무겁다
이정표 없는 너덜겅, 쉼터 없는 하루하루
갑과 을이 무엇인가
을의 을은 또, 웬말인가
일층, 이층 흘러가는 강물도 있다던가
가슴에 고인 눈물이 황사비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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