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여자/김춘기
뭍에서 태어나서 물에서 살아간다.
이승 푸른 물밭에서 저승 물속 넘나드는
무릉리 노을해안로 상군해녀 팔순 이모
가랑눈 내리는 섬 동백꽃 만발한 날
혼백상자 짊어진 할망 물구덩이로 뛰어들면, 바다는 몸 지긋이 낮춰 그 꽃 받아 안는다.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써야한다. 잠수할 땐 다 같아도 물 밖 망사리 천층만층. 진통제가 후식이다, 관절 훑는 쇳소리 통증. 저당 잡힌 한목숨이 피붙이 땟거리다. 불턱 위 온갖 수심, 가마우지 울음소리
동짓달 숨비소리가 비명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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