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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아버지 전장

by 광적 2020. 9. 18.

 

아버지 전장戰場

 

 

김춘기

 

   6 . 25

   아버지는 꽃미남이셨답니다.

 

   영장 받으신 당신, 바로 신분 바뀌셨지요. 마을 사람들 만세소리에 마을 어귀 미루나무 두 그루 종일 먼 산만 바라보았고요. 새색시 울 엄니 정화수에 뜨던 북두칠성 푸른 별들, 눈물 그렁그렁했지요. 모슬포 육군 제1훈련소는 시베리아 왜바람 지옥이었지요.

   대동맥 혈류처럼 울컥울컥 흐르던 핏빛 낙동강 언저리 불꽃 빗발치는 야전 산허리, 일등병 이등병 계급 없는 학도병들 목숨은 하늘이 쥐고 있었지요. 은빛 따발총알이 쓩~ ~ ~ 날아오면, 당신 곁 전우들 깡 마른 몸은 돌풍 앞 수수깡처럼 픽↘ 꺾였고요.

 

   빽

   빽

   빽

 

   마지막 비명은

   들풀이 얼른 안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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