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김춘기 作
누구나
가슴 깊이
못 하나쯤 박혀있지
나이테가 감길수록 더욱 깊이 박히는 못
떠나 간 사람들에게
박은, 못
못 빼준
그, 못
김춘기 시집 『웃음 발전소』, 《발견》에서
출처 : 원주신문 http://www.iwjnews.com
못은 무엇을 고정하고자 할 때 쓰는 것이다. 그러나 못은 아픔을 남기는 상징처럼 되어 있다. 달리 생각해보면 못은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자신의 삶과 함께 한 시간을 지니고 있다. 이런 못에 대해 애틋함이 내 마음에는 더 많이 지니고 있다. 못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박는 것이지, 부족하지 않고 모자람이 없는 데도 박지는 않는다. 그러니 필요에 의한 선택인 셈이다.
김춘기 시인은 사람이 살며 "누구나 가슴 깊이 못 하나쯤 박혀있지"라며 지난 삶의 아픔을 토로한다. 아픔이 없이 박힌다면 못이 아닐 것이다. 요즘을 못을 대용하는 용도의 물건들이 많이지고 있다.
못으로 박혀 있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 못을 박아놓고 떠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못을 박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속을 섞였다는 증거다. 잘못을 많이 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듯한 나무가 더 강한 것은 아니다. 옹이가 깊이 박혀 있고 굽은 나뭇가지를 지닌 나무가 악착같이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척박한 땅에 살아가는 나무일수록 옳곧게 크지 않는다. 못은 그만큼 우리 삶 한가운데 척박한 삶을 이겨내고자 하는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그 몸부림은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다. 김춘기 시인의 못은 우리 삶의 가장 가슴 깊이 박힌 그 척박한 삶의 순간을 지탱해 준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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