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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나무와 광부/이선식

by 광적 2022. 2. 28.

나무와 광부/이선식

 

 

 

나뭇가지들이 허공의 지층을 파고들어간다

허공은 얼마나 견고한 지 일 년 내내 일 미터도 전진하지 못한다

나뭇가지 좁은 갱도 속 광부(鑛夫)들은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갱도 속에 뼈를 묻었다

대낮의 칠흑 속에서 빛의 광맥을 찾는 나무다

나는 너는 멀고 가 닿아야 할 깊이를 모르니

흰 날들의 향방이 캄캄하다

꽃, 해마다 단 한 번 허락된 등불을 밝혀 길을 찾는 측량

그리고 또 한 해 나의 완성인 너를 찾아

마지막 뼈를 꺼내 허공 속 갱도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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