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이재무
포장마차는 술 취한 승객들을 싣고 달린다
마부는 말 부리는 틈틈이 술병을 따고
꼼장어를 굽고 국수를 말아
승객들의 허기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다
술 취한 승객들은 마차의 속도를 모른다
하지만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니까 포장마차는
시간의 도로나 레일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수시로 포장을 열고 닫으며 승차와
하차하는 사람들 후끈 달아오른 실내에서
계통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
바깥은 찬바람이 불고
빈 술병은 한구석에 쌓여 작은 산을 이룬다
이윽고 종착역인 새벽에 도착한 마차가
마지막 승객을 토해놓고
마부는 두 손을 어깨 위로 올려 기지개를 켠다
어디 먼 데서 기적 같은 말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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