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박미숙
끈적한 눈빛으로 붙어살아요
흙 밟고 사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 뿌리라는 이름으로 달팽이 눈을 뜨고 참나무 물관에 빨판 붙이고 살아요
비 한 방울 없어도 흥건히 쏟아지는 햇살을 물고 꿈 틔워 똬리를 틀고 해질녁 노을자락 당겨 덮고 허공을 그네 타는 곡예도 배우죠
바람의 시기와 질투도 생채기 낼 수없는 발랄한 몸짓, 몰아치는 눈발 얼어붙은 계절도 푸른 꼭지 웃물 도는 팔랑거림은 묶어두지 못해요
태생은 느림보, 해마다 한 마디씩 늦은 살림을 꾸려가도 곧추세운 까치발로 하늘나라 비방을 훔쳐 아픈 자들의 지팡이가 될 황금나무로 자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