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사/이명희
정육점 골목
오십 대 초반의 건장한 사내가
큰 소 반 마리 들쳐 메고 있다
겨우 한 발 떼고 또 한 발 떼려 한다
어깨에 멘 반쪽 소 놓치지 않으려
목 부위에 박힌 갈고리 꽉 움켜쥐고 발을 옮기려 애를 쓴다
그 소, 한 몸이 서로 헤어지던 시간 떠올리며
버티는지 꼼짝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타깝게 바라만 본다
뻘건 살점에 힘을 모으는 소, 기를 쓰며 세상 짐 완수하려는 사내
놓으면 안 되는 삶의 무게가
어깨 위에서 사투를 벌인다
살아간다는 애착이 끓는 시간
사내의 근육에 기합 넣는 소리 들린다
요양병원에 있는 늙으신 어머니의 숨소리,
아내의 도마 소리, 아이들의 조잘거림일까
사내는 반쪽 소의 등에 생을 밀착시킨다
평생 채찍을 맞으며 밭을 갈아야 할 운명의 소
죽어서야 사람에게 업혀 가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