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삶/안도현

by 광적 2022. 8. 17.

삶/안도현

 

 

 

게는 이 세상이 질척질척해서
진흙 뻘에 산다
진흙 뻘이 늘 부드러워서
게는 등껍질이 딱딱하다
그게 붉은 투구처럼 보이는 것은
이 세상이 바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
게가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
살아 남고 싶다는 뜻이다
끝끝내

그래도 붙잡히면?
까짓것, 집게발 하나쯤 몸에서 떼어주고 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새살이 상처 위에
자신도 모르게 몽개몽개 돋아날 테니까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받이의 발명/배종영  (0) 2022.08.22
고등어구이/임경묵  (0) 2022.08.18
소금쟁이/임경묵  (0) 2022.08.17
소3/권정생  (0) 2022.08.17
어떤 호사/이명희  (0)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