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받이의 발명/배종영
의자는 누구든 앉히지만
스스로 앉아본 적은 없다
의자가 특히 이타利他적 사물인 것은
등받이의 발명 때문이다
사람의 앞이 체면의 영역이라면
등은 사물의 영역이지 싶다
기댄대는 것, 등받이는 혈족이나 친분의
한 표상이지도 싶다.
갈수록 등이 무거운 사람들
등받이에 등을 부려놓고
비스듬히 안락을 느끼는 것이다
언젠가 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취한 남자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몸에 등받이 달린 의자 하나
들어 있지 싶었다.
취약한 곳에는 대체로
이타적인 것들이 함께 있다
혈혈단신한테도 온갖 사물이 붙어 있어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지 싶다.
등받이는 등 돌리는 법이 없듯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등에서
절대적인 등을,
등받이를 배운 사람이다.
계산 없이 태어난 사물은 없지만
정작 사물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물은
일상사 대부분의 표준이 된다.
(제12회 천강문학상 대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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