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구이/임경묵
반으로 갈라 소금에 절여놓은 고등어를
팬에 굽는다
데칼코마니 같다
고등어 등에서 푸른 바다가 슬그머니 빠져나와
팬에 지글거린다
기름을 두르지 않았는데도
알맞게 소란하다
혼자 먹어도 좋고
함께 먹어도 좋은,
젊은 날의 어머니는
대설주의보가 내린 그해 겨울 아침에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오늘처럼 고등어를 굽고 있었어요
이건 그냥 물어보는 건데
그때 왜 어머니는
푸른 고등어가 새까맣게 타는 줄도 모르고
얼굴을 파묻고
울기만 했어요
새봄이 오기 전에 우린 또 어딘가로 이사를 해야 했단다
비릿한 탄내가 어머니의 부엌에 가득하다
가족이라는 그물에 걸려
일생을 퍼덕거리다가
비밀스러운 샘물이 다 말라버리고
푸른 등이
새까맣게 타버린 어머니를
젓가락으로 가르고, 뒤집고, 가시를 발라
그중 노릇노릇 구워진
슬픔 한 점
꺼내 먹는다
혼자 먹어도 좋고
함께 먹어도 좋은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윈도우 스트라이크 / 김미향 (0) | 2022.08.22 |
---|---|
등받이의 발명/배종영 (0) | 2022.08.22 |
삶/안도현 (0) | 2022.08.17 |
소금쟁이/임경묵 (0) | 2022.08.17 |
소3/권정생 (0) | 2022.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