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1동 수락산 입구/김기택
해마다 조금씩 기우는 집들
판자와 천막과 비닐로 지붕을 기운 집들
나무 기둥과 벽돌에서 푸른 이끼 자라는 집들
하루 종일 빨래만 널려 있고 사람은 안 보이는 집들
숨 쉴 때마다 변소와 하수도 냄새 들썩거리는 집들
비가 오려고 하면 마디마디 관절이 쑤시는 집들
해마다 봄이 되면 아픈 곳이 갈라지고 터지는 집들
페인트 냄새 마르지 않은 고층 아파트 바로 밑에서
큰 열대 초목 화분에 신장개업 띠를 두른 영양결핍 옆에서
땅값이 오르기를 끈질기게 기다리며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는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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