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임영석
입을 짝 벌린 명태 한마리 묶어 자동차 트렁크에
몇 년을 달아 놓고 다녔다 트렁크를 열 때마다 놈은
눈을 더 부릅뜨고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몇 년을 굶은
놈의 몸을 만지니 이미 몸은 새가 되어 날아가고
두 눈만 살아서 바다로 돌아가겠다는 자세다
몇 년을 굶은 마른 명태의 입에서는 본능의 힘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요동을 치는지
실타래가 삭아 더는 묶어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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