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연애/서숙희
만남은 간편했다
신용카드를 긁듯이
너무 얇은 네 뼈와 너무 흰 네 살결이
카페의 알전구 아래서 잠시 안쓰러웠지만
따스함은 손바닥, 딱 거기까지였다
가슴까지 오기도 전에 벌써 식어버리는
우리는 이미 일회성을 신뢰하고 있었다
플라토닉은 진즉에 플라스틱이 되었다
언제라도 버리고 언제라도 시작하는,
세상이 가벼워졌다
사랑이 편리해졌다
만남은 간편했다
신용카드를 긁듯이
너무 얇은 네 뼈와 너무 흰 네 살결이
카페의 알전구 아래서 잠시 안쓰러웠지만
따스함은 손바닥, 딱 거기까지였다
가슴까지 오기도 전에 벌써 식어버리는
우리는 이미 일회성을 신뢰하고 있었다
플라토닉은 진즉에 플라스틱이 되었다
언제라도 버리고 언제라도 시작하는,
세상이 가벼워졌다
사랑이 편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