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137 숙직하던 날 숙직하던 날 / 김춘기 북한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남이섬과 명지산이 자리잡은 곳, 그 곳에 가평이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맑은 물, 호젓한 산과 어울리며, 도시의 찌든 때를 벗기고 가는 곳이다. 몇 해 전, 나는 그곳의 가평고교에서 근무하였다. 요즘이야 학교마다 .. 2008. 3. 1. 삼현(三峴) 아라리 *삼현(三峴) 아라리/김춘기 승냥이를 키우던 노고산 곁 국사봉 위 신갈나무 너도밤나무 봄날 꿀비에 온몸을 씻으면 앞 개울은 구불구불 몸을 휘저으며 임진강으로 달렸지. 모내기 전날 마을 앞 큰 논배미엔 누렁소 풍경소리가 쟁기날에 미끄러지며, 황새들을 불렀지. 새참 지나 써레질한 논엔 소금쟁이 물맴이 식구들 죄다 나와 물수제비떴고. 아버지 어머니는 말거머리 참거머리에게 종아리로 헌혈하시던 곳. 새봄 실은 바람이 햇볕과 손잡고 비암천 따라 올라오면 마을 앞 둠벙에선 개구리 맹꽁이 두꺼비들이 장가 좀 가보겠다고 목에 피가 나도록 울었지. 나는 빡빡머리들과 손잡고, 찔레 삘기를 찾아 논두렁 밭두렁 넘고. 배 헛헛한 날이면 부모님 따라간 수작골 논에서 참개구리 잡아다가 화롯불에 구워 먹었지. 일요일엔 앞 개울에서 .. 2008. 3. 1. 새벽 해변역 새벽 해변역 / 김춘기 허기 실은 완행열차 어둠 실어내는 새벽 물마루 밀며, 밀며 돌고래 떼 몰려오면 온 가슴 열어젖히는 황금빛 해변 역사驛舍 바다보다 푸른 하늘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늙은 어부 시름 모두 거품 되어 부서지는 곳 만선의 깃발 올리며 파도가 되는 늙은 가장 눈 맑은 새벽 별들 갯바위에 옹기종기 언덕 위 겨울잠 깬 집 술잔처럼 모여 앉아 멸치회 막소주 사발에 햇살 부어 마시고 있다 2008. 3. 1. 개나리꽃 개나리꽃/김춘기 늦봄이 배경이던 흑백사진 속 얼굴들 회충약에 곤히 취해 깡보리밥조차 하루쯤은 굶고 똥개가 되어 굴렁쇠 굴리다가 논두렁에 벌렁 누워 횟배를 쥐고 학교 갈 수 없다고 거짓말로 둘러대던 두둥실 허공을 굴리던 노란 눈동자 불알친구들 2008. 3. 1. 이전 1 ··· 769 770 771 772 773 774 775 ··· 7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