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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205

애월은 애월은  한라산 오름 물결이애월 바다 만들었다 새별-천아-고내-노꼬메-바리메-노로-한대-검은데기 사계절애월 가슴엔 태평양이 철썩인다 2024. 6. 18.
마음은 꽃밭이라오/김춘기 마음은 꽃밭이라오       이팝나무도 근심 어린 국립암센터엔 이 방, 저 방 팔도 사투리가 들고 난다.    겨울 들머리 난소암 진단받은 어머니 입원하셨다. 영등포역 뒤 영일아파트 아줌마, 고흥 녹동시장 떡방앗간 주인, 제주 한림 월령포구 상군 해녀 할망, 울진 금강송면 평생 농부 필남이 엄마, 양구 파로호 언덕 위 우즈베키스탄 댁 며칠 동안 여자 6인용 병실 식구였다. 어제 오전엔 제주 상군 해녀가 며느리 손에 이끌려 퇴원했고, 정오 지나 녹동시장 떡집 주인 중환자실로 급히 실려 갔다. 그리고 홀아버지와 함께 온 독산동 눈 큰 아가씨 목석같은 표정으로 환자복 갈아입고, 신병처럼 침상에 이름표를 달고 앉았다   항암제 링거에 매달려 정발산성당 신임 수녀처럼 손 모으는 절절한 기원과 벽시계 초침 소리만 .. 2024. 4. 30.
가파도 뱃길/김춘기 가파도 뱃길/김춘기   가파도행 여객선 목포 털보 건달이 여장부 선장에게 바리톤을 건넨다 마누라 운전 잘하시네, 내 아내가 최고여 눈 휘둥그레진 여선장 수류탄 한 발 깐다 어찌 외간 남자가 누굴 보고 마누라래요님 배에 내가 올라왔으니 당신이 마누라 아녀? 마음 진정한 여걸 선착장에 배를 대며 일어서는 건달을 귓속말로 누른다천천히 내리시게나, 늠름한 우리 아드님 얼굴 홍당무 털보, 이 여편네가 돌았나? 여보시오, 당신이 누굴 보고 아들이래.한평생 뱃사공이나 주구장창 하시구려 여걸은 건달 급소를 단, 한 방에 찔렀다 내 배에서 당신이 방금 나온 게 맞죠?그러니 내 아들이지, 이 에미 종종 보러 오게나 2024. 4. 30.
아버지 그림자/김춘기 아버지 그림자/김춘기   통발어선 수선 중인 아버지 바라본다 팔십 년 갈매기 울음등에 가득 지고 계신 석양에까맣게 탄 그림자 활 화석처럼 굽어있다 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