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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205

그릇/김춘기 2024. 3. 8.
그릇/김춘기 그릇/김춘기 철학 시간 선생님이 질문하셨습니다 밥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무엇일까요? 경주는 대접이요. 춘심이는 우리 아빠 밥그릇요. 미희는 양푼입니다. 벌떡 일어나 오른손 치켜 든 시온이 목청 높여 정답은 세상에서 제일 큰 그릇이겠죠, 뭐 아녜요, 빈 그릇입니다 민주 대답입니다 2023. 11. 18.
졸병, 전방 일기/김춘기 졸병, 전방 일기     겨울 철책선에서 홀로 경계 서던 병사    종일 사격과 각개전투, 수류탄 던지기 훈련으로 졸음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까마귀 울음이 산굽이 돌고, 고추바람이 콧등 베어도 눈꺼풀은 연신 내리 덮였다. 정적이 잠깐 흐르고 눈 번쩍 뜨는 순간, 손전등 불빛과 함께 당직사관이 눈앞에 멈춰 있었다. 병사는 얼른 ‘아버지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을 외쳤다. 당직사관의 부드러운 손길이 어깨에 닿으며, 큰형님 같은 미소가 나를 감쌌다.    너, 지금   기도했구나   부모님 편찮으시니? 2023. 10. 15.
알고 보니/김춘기 알고 보니     휴일   전철에 실려 온양온천 가는 길    내 바로 앞자리 젊은 여성 둘 무릎 대고 앉아 있었다. 그 곁 루비 반지에 루주 짙은 신중년 아줌마, 눈길 맞춘 보브컷 머리 여성에게 대뜸 궁금증 건넨다. 아이는 몇이나 되나요? 휘파람새 같은 목소리가 바로 돌아왔다, 다섯입니다. 순간 내 눈 동공이 확대되었다. 그녀 곁 플라운스 스커트 여성도 카나리아 노랫소리로 웃음 감싸며, 응답 덧댄다. 저는 최소한 열 명은 넘어야 족하는데요. 전철 칸 사람들 동공이 확대 수축을 반복하며, 저물녘 역전 비둘기 먹이 찾는 소리처럼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알고 보니,    그날 그   젊은 여성들은   초교 선생님이었다. 2023.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