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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아버지의 금시계

by 광적 2008. 3. 7.
아버지의 금시계 / 마경덕

   아버지 모처럼 기분이 좋으시다. 노란 금시계를 내밀며, 이거 봐라. 오늘 집에 오다가 횡재했다. 십만 원짜리를 삼만 원에 샀다. 허어, 이 비싼 걸 그리 싸게 주다니. 검게 그을린 팔뚝에 금시계 눈부시다. 주름진 손에 금시계 반짝인다.

  싸구려 도금시계. 얼마 못 가 맥기칠 벗어질 조잡한 금시계를 아버진 도무지 모르신다. 술 한 잔에 보증 서주고 집 날리고 친구들에게 봉이라고 불리는 세상 모르는 아버지, 그러고도 아직 남을 믿는다. 칠이 다 벗어져 거뭇거뭇한 아버지. 며칠 후 멈춰버릴 시계를 믿는다. 길에서 처음 본 시계장수를 믿는다. 오늘 참 고마운 사람을 만났어, 어허, 이 비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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