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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정동진

by 광적 2008. 3. 7.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짱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 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을 보라

네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내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울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평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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