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나무는/류시화

by 광적 2008. 6. 18.
     나무는 /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잎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요한 곳/안도현  (0) 2008.06.19
곰장어 굽는 저녁/안도현  (0) 2008.06.19
비 그친 뒤/안도현  (0) 2008.06.18
삶은 감자/안도현  (0) 2008.06.18
미꾸라지/안도현  (0) 2008.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