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장미, 줄다리기 / 김춘기
1.
현산중학교 울타리에 줄장미가 피고 있다.
붉은 루즈 윤지 입술 앙증맞은 그 자태로
등굣길 친구들 향해 얼굴 모두 내밀고 있다.
찔레꽃은 그 곁에서 덧니로 웃고 있다.
새침데기 가시내에 호기심 가득한 머슴아들
유월의 찔레넝쿨도 줄장미가 되고 싶은 거다
2.
하오부터 선혈을 마구 토해내는 줄장미
땡볕 운동장엔 체육대회 결승전. 자고나면 힘이 몇 그램씩은 더 붙는 여드름 꾸러기들. 삼학년 일·이반 줄다리기, 팽팽하던 힘이 일반 쪽으로 움직이더니 다시 이반 쪽으로 기운다. 줄장미도 찔레꽃도 일제히 온몸을 뒤로 젖힌다. 스탠드의 홍군·백군 뒤섞여 갈채의 꽃을 피운다. 정문 곁 키다리 마로니에 펄럭펄럭 삼삼칠 박수소리, 옥상 위 요가하던 태양 그 광경을 지켜본다. 교문 앞 줄지어선 이팝나무 쌀 튀밥을 팡팡 쏟는 오후
줄장미 찔레넝쿨의 줄다리기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