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 / 김춘기
늦겨울 뒤란 같다
봄의 정수리라지만
하늘은 키 높이를 어깨까지 낮추고
호반새 울음소리도
한 옥타브쯤은 깔린다.
바람은 적막한 집 문고리만 자꾸 흔들어
건넛방 색 바랜 가족사진 한참 들여다보고, 부엌에 들어가 솥뚜껑 죄다 열어보고, 외양간 먼지 쌓인 구유에도 앉아 보고, 된장 말라붙은 뒤란 장독 쓰다듬어보고는, 묵은 보리 가득하던 창고 안 구멍에 들어가 늙은 쥐와 살아온 얘기도 하네.
바람도
어머님 생각에 옛집 찾아 온 것일까.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시조)아야진포구 (0) | 2011.05.12 |
---|---|
(사설시조)웃음 발전소 (0) | 2011.05.12 |
삼현, 봄날 (0) | 2011.03.23 |
(사설시조)줄장미, 줄다리기 (0) | 2010.06.07 |
이팝나무, 눈물 펑펑 쏟다 (0) | 2010.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