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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꽃샘바람

by 광적 2011. 4. 29.

    꽃샘바람 / 김춘기

 

 

 

   늦겨울 뒤란 같다

   봄의 정수리라지만

   하늘은 키 높이를 어깨까지 낮추고

   호반새 울음소리도

   한 옥타브쯤은 깔린다.

 

   바람은 적막한 집 문고리만 자꾸 흔들어

 

   건넛방 색 바랜 가족사진 한참 들여다보고, 부엌에 들어가 솥뚜껑 죄다 열어보고, 외양간 먼지 쌓인 구유에도 앉아 보고, 된장 말라붙은 뒤란 장독 쓰다듬어보고는, 묵은 보리 가득하던 창고 안 구멍에 들어가 늙은 쥐와 살아온 얘기도 하네.

 

   바람도

   어머님 생각에 옛집 찾아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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