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時調

삼현, 봄날

by 광적 2011. 3. 23.

 

      삼현봄날

 

                                           김춘기

 

사월의 혈맥 따라

참침, 시침 꽂힙니다

들녘으로 산모롱이로

온종일 피가 돌아

다랑이 논배미마다 봄이 찰랑입니다

 

살여울 몸을 풀며 굽이도는 비암천

쉬리 지느러미가

발가락 간질이자

빨래터 버들가지가 몸 재게 흔듭니다

 

아버지 발걸음 새벽부터 바쁘십니다

마을 아래 수작골 논

소식 궁금하신 겁니다

경운기 소리에 실려 나도 따라갑니다

 

뒤란엔 팔순 어머니 장을 담그십니다

아내의 맑은 눈빛

질항아리에 잠기고

몸 씻은 붉은 고추는 참숯 곁에 눕습니다

 

이팝나무 삼형제 꽃 공장 차렸습니다

구름도 꽃이 되어 산 위에 걸린 한낮

삽살개 꼬리 흔들어

비발디 사계 지휘합니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우고리 소재 마을, 남쪽을 빼고 고개 셋이 둘러싸고 있어 세우개(三峴)라고 함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시조)웃음 발전소  (0) 2011.05.12
꽃샘바람  (0) 2011.04.29
(사설시조)줄장미, 줄다리기  (0) 2010.06.07
이팝나무, 눈물 펑펑 쏟다  (0) 2010.05.25
주민등록증  (0) 201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