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진포구
김춘기
잠에서 깬 바다가
어둠을 헤치고 있다.
부리 말간 갈매기 울음이 물이랑 일구는 새벽. 순항미사일 돌고래 떼가 파도를 일일이 호명하며, 해안선 쪽으로 항진한다. 공룡처럼 억센 물의 허벅지를 주무르는 바다, 근육이 붙은 바다는 너울의 일렁이는 어깨를 일렬로 세우며, 풍랑의 등뼈를 촘촘하게 꿰어 나아간다. 붉은 해가 수평선의 배꼽부터 입김 불어넣으며, 물의 탑 세워나간다. 파도의 날카로운 발톱이 돌섬의 허리를 거칠게 훑자, 어머니 바다가 숨 가쁘게 달려와 그의 신음을 품어 안는다. 허공을 받친 내설악 능선 쪽으로 시선 고정하던 바다, 중위도의 해풍 다 불러 모아 물의 히말라야를 줄줄이 출산해 나간다. 홍조 띈 만조의 물살을 온힘으로 밀어내며, 해역을 확장해 나간다. 하늘 붙들고 내닫는 해류의 검푸른 호흡소리, 비상하는 물새들의 푸덕이는 날갯짓. 융융한 대양 그 위로 동해 순금 햇살이 새 세상을 펼치고 있다.
바다 편
천지창조가 여기에서 펼쳐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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