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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

면벽

by 광적 2012. 3. 28.

          면벽/김춘기

 

 

 

꽃이 피거나 지거나

하늘이 웃거나 울거나

북한산 인수봉이 백운대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처럼

달마대사가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9년간 좌선 면벽面壁 끝에

바위가 되었다는데

 

나는 매일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에 두 눈을 집어넣은 채

면벽하고

퇴근하면, 다시

신제품 티브이 앞에 붙어 앉아 있는데

 

순환선 전철에서는

학생도 취준생도 대학교수도

휴가 중인 군인도

수진이 엄마 아빠까지도

진종일

스마트폰에 두 손 모으고

면벽하는데

 

먼 훗날, 우리는 모두

도통하여 무엇이 될 거나, 몰라.

 

면벽(제주어)

 

꼿이 피거나 지거나 하늘이 웃거나 울거나 북한산 인수봉이 백운대에 꾸러앚고 비념ㅎ.는 것추륵 달마대사가 중국 승산 소림사에서 9년간 좌선 면벽 끗에 바우가 뒈엇다는디(뒈엇덴 ㅎ.는디) 나는 메날 ㅅ.무실이서 컴퓨터 화면에 두 눈을 담아논 양 면벽ㅎ.곡 퇴근ㅎ.민 또시 신제품 티브이 앞이 부떠 앚안 이신디 순환선 전철에서는 ㅎ.ㄱ생도 취준생도 대ㅎ.ㄱ교수도 휴가 중인 군인도 수진이 어멍 아방꺼지도 ㅎ.루헤원(헤원) 스마트폰에 두 손 모돕고 면벽ㅎ.는디 먼 후제 우리는 ㅁ.ㄴ딱 도통ㅎ.영 무싱거가 뒐티사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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