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김춘기
꽃이 피거나 지거나
하늘이 웃거나 울거나
북한산 인수봉이 백운대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처럼
달마대사가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9년간 좌선 면벽面壁 끝에
바위가 되었다는데
나는 매일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에 두 눈을 집어넣은 채
면벽하고
퇴근하면, 다시
신제품 티브이 앞에 붙어 앉아 있는데
순환선 전철에서는
학생도 취준생도 대학교수도
휴가 중인 군인도
수진이 엄마 아빠까지도
진종일
스마트폰에 두 손 모으고
면벽하는데
먼 훗날, 우리는 모두
도통하여 무엇이 될 거나, 몰라.
면벽(제주어)
꼿이 피거나 지거나 하늘이 웃거나 울거나 북한산 인수봉이 백운대에 꾸러앚고 비념ㅎ.는 것추륵 달마대사가 중국 승산 소림사에서 9년간 좌선 면벽 끗에 바우가 뒈엇다는디(뒈엇덴 ㅎ.는디) 나는 메날 ㅅ.무실이서 컴퓨터 화면에 두 눈을 담아논 양 면벽ㅎ.곡 퇴근ㅎ.민 또시 신제품 티브이 앞이 부떠 앚안 이신디 순환선 전철에서는 ㅎ.ㄱ생도 취준생도 대ㅎ.ㄱ교수도 휴가 중인 군인도 수진이 어멍 아방꺼지도 ㅎ.루헤원(헤원) 스마트폰에 두 손 모돕고 면벽ㅎ.는디 먼 후제 우리는 ㅁ.ㄴ딱 도통ㅎ.영 무싱거가 뒐티사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