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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

고향집 줄장미

by 광적 2012. 7. 18.

 

 고향집 줄장미/ 김춘기

 

 

어머니 얼굴 같은 수국이 꽃을 다 떨군

고향집 펌프 우물가

질경이 민들레 그리고 애기똥풀과 가족을 이룬

이태 전 죽은 자두나무를 감싸며

줄장미가 핀다

 

오전 내내 울밑을 들락거리던

산들바람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가슴 속 상처들을 죄다 꺼내어 피는 꽃

잔가지마다 촘촘하게 솟아오르는

슬픈 가시들을 보듬으며

초여름의 허리춤을 선혈처럼 물들인다.

 

한낮 햇살에 목이 타는 자두나무는

밤새 잔별들의 울음을 품고 있던 팔을 뻗어

줄장미의 지친 손들을 붙들어 주고 있다

그 옛날 병원에도 못 가보고 하늘로 간

할아버지 할머니

마른 젖조차 며칠 못 먹고 간 쌍둥이 동생들

그리고 췌장암 말기인 줄도 모르고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신

팔십 넘으신 아버지의

통증까지 모두 모아 피는 줄장미

 

십 년 전 어머니 저 세상 가시던 날

소리내어 울며, 온몸을 흔들며

꽃상여를 뒤따르던 만장처럼 붉디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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