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질수록 작아지다
오월 한라산은
태평양에 하반신을 담근 반신욕 자세
사라오름을 돌아 바람길에서 땀을 식히며
백록담에 오르는 길
편백나무숲이 중턱에 쉬어가고
마가목 군락
그리고는 범의꼬리 바위구절초
하늘매발톱꽃이 옹기종기
초등학생처럼 손을 흔드는 그곳
봉우리로 갈수록 키 작은 것들이 사네.
그들은 새털구름의 아들딸인가?
삼양동 스카이아파트를 지나 희망빌라
그리고 우정연립 골목길을 돌아
산동네를 오르면
연탄집 간판이 마을길을 안내하고
양철지붕 블록담집들이 삐뚤빼뚤
구름을 붙들고 있다
길 건너 평상엔 할머니 두 분 시래기를 다듬고,
그 곁에서 손자 손녀들의 웃음소리가
비탈길 오르내리며 가위바위보
키 작은 것들이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네.
그들은 조가비구름의 자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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