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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산문

퇴임사(교직원께)

by 광적 2015. 2. 24.

 

퇴임사

                                                                                             -존경하는 교직원 여러분들께

 

백석 들녘에 아직은 아침마다 된서리가 내리지만, 새봄은 알아서 초록의 전선을 이끌고 열심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우리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교육행정실 식구들! 여러분들과 고락을 함께 했던 양주백석중학교를 남겨두고 오늘 저는 교직을 떠납니다. 그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꿈 가득한 제자들에게 앞길을 밝혀주고, 물과 거름을 주며 그들을 금강송처럼 늘 푸른 나무로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큰 보람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아꼈던 최봉철 부장님이 세상을 떠나시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행복한 나라에 정착하시라고 다시 한 번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분에 넘치는 지원으로 큰 잘못 없이 교장으로서열정의 텔레파시가 통하는 힘찬 학교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것은 오로지 교육동지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라고 생각되어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해드립니다.

교육자는 제자들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나라에서 우리 학생들을 일일이 다 가르칠 수 없기에 전국 방방곡곡으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파견된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열정 덕분에 양주백석중학교는 제가 지표로 삼아온 ··교육을 통하여 심신이 건강하고, 따뜻한 인성을 함양하며, 맘껏 공부하고 개성을 펼치는 학생들로 가득 찬 참교육의 터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학교를 떠나더라도 새로 오시는 교장, 교감선생님과 함께 우리 제자들에게 사랑을 더 많이 주시고, 감정의 주파수가 통하는 싱싱한 학교로, 행복이 넘치는 웃음발전소로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교육자도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7년의 교직생활 정말 행복했습니다. 후회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여러분들과 같은 교육동지들이 함께 해주셨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양주백석중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교육행정실 식구들!

제가 속이 좁아 서운하게 해드린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를 빕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와 고락을 함께한 여러분들이 최고이십니다.

2015224

양주백석중학교장 김춘기 올림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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