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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서울증후군

by 광적 2015. 10. 4.

              서울증후군

                          - 구룡마을*

 

                                         김춘기

 

눈치 빠른 고양이들 퇴거한 지 오래전

목쉰 바람 몇 줄기 남아 깃발 흔들고 있다

골목 끝

집 잃은 쌀개 빈 젖 물리는 아침

 

응달쪽 시궁쥐 배를 쥐고 있는데,

햇발은 큰길 건너 양지마을만 비춘다

하늘은 짙푸르지만 담벼락은 골다공증

 

양철지붕 판잣집 이명까지 달고 산다

텃새들은

오늘도 보건소나 들락거리며

긴병은 견딜 수밖에 통장마저 빈 껍질뿐

 

작달비는 왜풍 따라 온 동네 휘저어도

늙은 집은 힘을 다해 제 터전 지켜낸다

동洞에서 덧난 상처에 빨간 딱지 연신 붙여도

 

여의도

철새, 촉새 비상행로 개통소문

하늘 번지 마천루만 별빛, 달빛 독차지…

어쩌나

중환자 서울

시름 깊은 저 한강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판잣집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대표적 빈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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