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후군
- 구룡마을*
김춘기
눈치 빠른 고양이들 퇴거한 지 오래전
목쉰 바람 몇 줄기 남아 깃발 흔들고 있다
골목 끝
집 잃은 쌀개 빈 젖 물리는 아침
응달쪽 시궁쥐 배를 쥐고 있는데,
햇발은 큰길 건너 양지마을만 비춘다
하늘은 짙푸르지만 담벼락은 골다공증
양철지붕 판잣집 이명까지 달고 산다
텃새들은
오늘도 보건소나 들락거리며
긴병은 견딜 수밖에 통장마저 빈 껍질뿐
작달비는 왜풍 따라 온 동네 휘저어도
늙은 집은 힘을 다해 제 터전 지켜낸다
동洞에서 덧난 상처에 빨간 딱지 연신 붙여도
여의도
철새, 촉새 비상행로 개통소문
하늘 번지 마천루만 별빛, 달빛 독차지…
어쩌나
중환자 서울
시름 깊은 저 한강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판잣집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대표적 빈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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