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워
김춘기
서울 러시아워가 전철에 실려 간다.
종로3가 1호선 전철, 안내원 목소리만 귓바퀴에 맴도는 철관. 성형된 표정들이 손잡이에 걸린 채, 새벽 숨소리를 포개고 있다, 휴대폰으로 빨려드는 박제된 눈빛. 칸칸마다 촘촘히 등 기댄 침묵들이 무표정의 시선을 자르며, 또 다른 침묵을 재생하고 있다. 종점마트 정육점에 칸칸 걸린 식육 같은 얼굴들, 원색활자 광고판에서 눈길 얼른 거두고는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연속 빨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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