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목욕탕 풍경
김춘기
휴일 아침, 읍내 목욕탕엘 간다.
김 자욱한 남탕 안, 머리 벗겨진 중년남자가 사춘기 아들의 싱싱한 등을 민다. 가무잡잡한 코밑수염에 볼살 오른 피부가 우유처럼 하얗다. 바로 그 옆, 근육질 중년남자가 쇄골 드러난 밀랍 같은 노인의 어깨 주무른다. 온몸을 자식에게 맡긴 얼굴에서 바싹 마른 웃음꽃이 핀다. 창문 틈새로 새봄 햇살이 그곳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 미터 거리를 두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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