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최영효
언젠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리
그렇게 다짐하며 지느러미 세우고
도시의 유영을 끝낸
탈출기를 쓰고 싶다
싸구려 떨이로 팔릴 밤 늦은 좌판 위에
부레를 뒤집으며 노릿노릿 엮은 꿈들
절망도
희망과 함께 세간살이 이웃이다
검정말 방아깨비 짚신벌레 옛친구야
잊히지 않기 위해 흘러간 노래 부르며
서문엔 이렇게 쓰리
푸른 강에 가고 싶다
♠ 짧은 감상
최영효 시인의 <붕어빵>에서
시조문학의 희망을 읽습니다다.
대상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새로운 의미부여,
남다른 상상력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2003년《열린시조》봄호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그의 신작들과 사뭇 도전적인 산문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시조 창작을 한다는 것은
부단히 절망하면서 끊임없이 희망을 가지는 일일 수밖에 없음을
이 작품은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붕어빵>은 이미 적지 않은 시인이 다룬 흔한 소재입니다.
그렇기에 좋은 작품을 빚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오랜 숙고 끝에 붓을 든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학적, 生命詩學的 관점에서 눈여겨볼 작품입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라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삶의 본질을 살아있는 예술 언어로 깊이 천착해 낸
시인의 혜안을, 닮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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