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 그 살구나무집/ 최길하
가난한 집 살구꽃은 왜 그리도 곱던지
안골에서도 젤 끝집 그 집 마당 살구꽃은
고와서 하도 고와서 무너질 듯 서러웠지.
말 못하는 지아비와 앞 못 보는 지어미가
귀 나누고 눈 나누어 더듬더듬 살아가던
연분홍 꽃구름 가린 반달만한 안골 그 집.
손 잡아줄 사람 없는 막막한 저녁이 와
사는 게 너무너무 사무치고 서럽거든
강 건너 안골 살구나무집 꽃그늘을 찾아오렴
첩첩 산도 모셔놓고 꽃그늘도 모셔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낙화 아래 홀로앉아
후드득 지는 눈물을 꽃잎인 양 받아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