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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대설, 한라산/김춘기

by 광적 2021. 12. 9.

    대설, 한라산/김춘기

 

 

흰나비들 떼창처럼 1100고지에 내리는 눈

제설차 경적은 이미 경사로에 묻혔다

하늘은 엊그제부터 공습경보 발령 중이다

 

해일 같은 눈보라에 관목들이 엎드린다

산정 향해 포복하는 숨찬 구상나무 군락

북벽은 두 눈 꾹 감고 *매킨리산이 된다

 

구름은 설피도 벗고 남벽 수직 벼랑 탄다

날 밝기 전 사람들은 숫눈길 또, 헤친다

아이젠 나사 조이며 길 없는 길 뚫어낸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제주 산악인 고상돈이 등정 중 희생된 곳으로 북미 최고봉(6,191m)이다. 초강풍 제트기류가 직접 이곳을 통과하며, 화이트아웃이 극심한 산으로도 악명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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