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수지/이광
본디 내 모습은 물 아래 묻어두고
누군가의 둑이 되어 살기로 작정했다
긴 가뭄 드러낸 바닥 주저앉기 전까지
가둬둔 게 아니었다 끌어안은 것이었다
가슴이 잠기도록 품속에 채운 나날
저 들녘 목말라 할 땐 아낌없이 젖 물렸다
줄 것도 거둘 것도 이제 더는 없다는 듯
수위가 남긴 자국 지워버릴 몸뚱어리
한 생을 마르도록 산 수 많은 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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