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나라, 나일강의 자식인 나라 이집트
이집트, 나일강 크루즈 타다
2023.03.13.(월)- 0일 차, 여행 전날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얼마 전 부부시집 창작지원금을 신청한 것이 선정되었다고 이름이 떴다. 복덩이 아내 덕에 운이 따른 것일까? 계획서를 잘 써서 그런 것일까? 지원금을 받아 시집을 낼 수 있다니, 그저 내겐 반가운 소식이다. 20년 전에 이미 등단한 아내는 아직 시집이 없다. 올해는 아내와 함께 부부시집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지난 금요일 제주에서 육지로 올라왔다. 참 좋은 친구 원대식이 철원의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 길로 우리 부부를 안내해준다. 아내와 함께 셋이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그는 중·고교친구. 내가 양주백석중학교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웃 학교인 백석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선비 교육자이다.
육지에 올라온지 1년 만이다. 자식들 얼굴을 봐야 한다. 그제, 하남의 송추 가마골 미사점에서 아들네 식구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며느리가 일직하는 날이라 아이들이 우리한테로 오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손녀 가온이가 훌쩍 자라 올해 서울 풍납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꼬마지만 스마트폰까지 가졌으니, 이제는 전화와 카톡도 할 수 있는 내게는 가장 작지만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미래의 장군감 우리 집의 대를 이을 손자 시온이도 많이 컸다. 낯을 가리던 녀석이 이번에는 내 가슴에 안겼다. 남규와 형빈이도 왔다. 아내는 여행을 위하여 캐리어에 짐을 다시 챙기고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2023.03.14.(화)- 1일차, 일단 아부다비를 향하여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6690km의 나일강을 수천 년을 넘게 어머니 젖처럼 수유하며 살아온 나라. 아프리카에서 선두 그룹으로 검은 대륙을 끌고 가는 나라. 지중해와 손을 붙들고 있는 나라. 수에즈운하를 가지고 세계의 해운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나라. 피부색이 검지 않은 아랍인들의 나라. 면적이 한반도의 4.5배, 인구 1억 명, GDP 약 4천 불인 나라 낯선 Egypt로 출발하는 날이다.
아침 06:30 기상하여 만 보 걷기를 하고 들어왔다. 오늘도 11시쯤 대식이 친구가 승용차를 몰고 왔다. 우리를 인천공항까지 태워다 준단다. 인정 많은 친구다. 공항 미팅시간 14:30분이 기다리고 있다. 송추 고개를 넘는다. 12시쯤 육지에 올 때마다 찾는 방태산 막국수로 점심을 대신했다. 고속도로에 바로 진입하여 13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발을 내려놓았다.
잠시 후 가이드를 만난다. 이름은 박주희님. 일행을 만나고, 잠시 면세점에 들렀다. 아내는 아이펜슬을 산다. 역시 여자는 美에 제일 관심이 많은가보다.
17시 50분쯤 아랍에미리트 에티하드항공(EY857기)이 굉음을 내며 이륙한다. 썰물 빠져나가는 황해의 흙탕 물결이 아득한 하늘 아래로 내려간다. 인천대교가 잘 다녀오라고 손짓한다. LNG 저장고가 멀리 달아난다. 석양이 모닥불처럼 탄다. 비행기는 서쪽으로 지는 태양을 열심히 쫓아간다. 금발 여자 승무원이 기내를 바쁘게 움직이며, 세련된 서비스를 한다. 나는 스낵을 한 봉지 받고, 레드와인 한 잔을 추가로 요구했다.
반투명 망사머플러 같은 구름이 줄줄이 창을 스치며 비행기를 훑고 지나간다. 그 아래 목화솜 같은 구름이 하얗게 떠 있다. 잠시 후 비행기는 중국 산둥반도를 가로질러 발해만 상공을 통과한다. 석양이 운평선(雲平線) 아래로 숨는다. 19시 30분쯤 드디어 태양이 눈을 감았다. 다시 비행기가 중국 대륙의 랴오닝성 상공으로 진입한다. 부드러운 구름바다 위를 비행기는 소음 하나 없이 순항한다.
저녁 식사 시간, 기내식이 나온다. 이제부터 10박 11일 해외 음식이다. 구름 아래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산악지역에도 점점이 불빛이다. 반딧불이의 고향 같은 마을들이 은은하게 눈을 자극한다. 여명 같은 하늘 밖은 암흑의 세상, 여기는 사막일까? 산악일까, 평원일까? 비행기는 쉬지 않고 하늘을 헤쳐나간다. 아내는 창가의 불을 켜더니, 시집을 읽는다.
끝없이 고비사막의 하늘을 나는 비행기. 하늘에서는 작은 별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려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한다. 운평선 위쪽의 하늘은 하얗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물뱀자리처럼 곡선을 이룬다.
잠에서 깨어 보니, 03시 30분(현지 시간 02:00)이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며,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공항에 착륙한다. 그곳에서 환승을 위하여 3시간 정도 대기한다. 작은 일을 보려 화장실을 찾으니, 무슬림 기도실이 그 옆에 붙어있다. 나는 낯선 곳에 오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공항 안의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재미있는 장면을 살핀다.
02:45 카이로행 EY657기로 갈아탄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들이 내 좌석 옆을 지나간다. 비행기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라비아 음악이 부드럽게 귀를 적신다. 어둠으로 가득 찬 사막을 시속 800km의 속도로 난다. 완전 암흑으로 가득 찬 허공속을 알아서 날아간다. 기내식이 나온다. 치킨에 적포도주를 두 잔이나 요청했다.
2023.03.15.(수)- 2일차, 사카라, 멤피스에 가다
공항을 이륙한 지 4시간쯤 지났다. 서쪽으로 운항하는 비행기이기에 한국의 시간보다 시간을 자꾸만 빼야 한다. 아마 카라코람산맥쯤을 넘고 있겠지. 창밖은 암막을 친 것 같다. 산맥을 넘어 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인다. 다시 이름 모를 서녁의 도시가 반짝인다. 03:30(한국시간)쯤 비행기가 걸프만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도시의 불빛이 다도해의 등대처럼 점점이 켜진다. 비행기에서 2일 차로 이미 이동하였다.
얼마 전까지도 잦은 테러 때문에 여행이 위험했던 나라. 공항에서 비자를 발급받고도 경찰들이 이것저것 귀찮도록 간섭이다. 05:00 시쯤 카이로공항에서 짐을 찾고, 한참을 기다린다. 경찰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가이드가 귀띰한다. 얼마 전까지 테러가 있었기에 관광지마다 가방 검사를 하고, 호텔에서까지도 그냥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버스에 올라 1시간 반가량 또 기다린다. 슬로비디어처럼 시간이 흐른다.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막은 강한 햇살과 함께 모래와 자갈돌들만 모여 공터로 남아 있다. 나일강 유역에만 모여있는 도시의 인구밀도가 유난히 큰 나라. 거리에서 신호등을 보기 힘든 나라. 무단횡단을 밥 먹듯 일상적으로 하는 나라. 대추야자 생산량과 수출량이 세계 1위인 나라. 고혈압과 이뇨작용에 특효라는 적, 황, 보라색 빛깔의 히비스커스로 유명한 나라. 아프리카 중부에서 출발하여 유유히 흘러 내려오는 나일강으로 고대문명을 일으킨 역사적인 나라. 아스완하이댐으로 세계적인 나세르호수를 가진 아프리카 북부의 나라, 이집트.
인천공항 출발 17시간이 걸렸다. 여기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인천공항에서 본 박주희 가이드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정식 인사를 한다. 낯선 풍경이 창문 밖에서 들어온다. 이집트 여행의 시발점에서 드디어 발걸음을 떼었다.
짐은 실은 버스는 바로 시동을 건다. 낡은 건물들이 지나간다. 흐릿한 하늘이 마치 황사 가득한 봄날 서울 하늘을 닮았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3개의 피라미드가 빠르게 차창을 스친다.
풀 한 포기 없는 맨땅 중앙분리대가 지나간다. 올드 카이로엔 10%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모스크 위의 십자가가 이채롭다. 16253식당에서 뷔페로 아침식사를 한다. 빵과 잼을 접시에 담았다. 숭늉 같은 커피가 이집트의 첫 인상을 흐렸다.
먼저 사카라(Saqqara)로 이동한다. 이곳은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부근에 있는 지명이다. 초기 왕조의 묘를 비롯하여 제3왕조 제세르왕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이다. 이집트의 원조 피라미드이다. 대피라미드보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사카라 피라미드, 파라오들의 무덤으로 계단식 피라미드였다. 언덕 위 스카이라인에 서있는 아프리카 낙타가 서정적인 장면으로 눈에 들어온다.
고고학 박물관에서 나르메르의 팔레트(Narmer Palette)를 본다. 기원전 3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이집트의 작은 석판. 고고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이집트 미술 작품이란다. 이집트의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왕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팔레트에 새겨진 그림은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하는 왕의 용맹스러운 모습이다.
점심은 선상 뷔페식당 ‘ANDREA’. 닭고기, 생선, 빵을 메뉴로 선택했다. 지리부도에서나 보던 나일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오늘도 가슴이 뛴다. 나일강 크루즈에 마음이 꽂혀 이번 여행에 참여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왕국의 첫 수도 멤피스로 간다. 람세스 2세의 거상巨像이 있는 멤피스박물관(Museum of Memphis)에 들어선다. 원래 그 높이는 15m이었으나, 현재는 파손되어 12m, 무게는 83t 정도라고 한다. 람세스 2세(Ramesses II)의 석상은 1821년 범람한 강가에 엎어진 채로 노출된 것을 이탈리아 고고학자 <지오바니 가비글리아>가 발견했다고 한다.
람세스 2세(Ramesses II)의 석상은 다리 부분이나 머리 부분이 일부 훼손되었다. 그렇지 지만 아직도 인자한 미소를 경이롭게 머금고 있었다.
람세스 2세의 거상
다음은 카이로의 칸엘리 시장으로 발길이 옮겨진다. 카이로의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갖가지 물건과 바쁜 상인들, 관광객의 눈길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방, 옷, 각종 생활용품, 기념품…등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원 달러, 투 달러를 외치는 호객행위가 오후의 햇살에 실려 귀를 시끄럽게 한다. 아내는 미니 가죽가방을 3불에 샀다. 저렴한 가격이다. 모스크를 배경으로 비둘기들이 집단으로 하늘 춤을 춘다.
시장 입구로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이것저것 사서 들고 있는 물건을 서로 호기심 있게 펼쳐본다. 그 좁은 시장통을 용케 빠져나가는 기사의 운전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먼저 호텔(Hilton Pyramid Golf Hotel)에 짐을 푼다. 야자나무와 건물, 화단이 조명과 함께 화려하다. 마침 호텔 라운지에서 골프장을 배경으로 신혼부부가 사진촬영을 한다. 우리 큰 아들 결혼 장면을 생각하면서 스마트폰 셔터를 누른다. 사진을 찍던 부부도 손을 흔들며, 활짝 웃는다. 이국의 신혼부부였지만, 아름다운 가정으로 가꾸길 마음 속으로 빌어주었다.
방을 배정받는다. 우리는 본관이다. 별관으로 방을 배정받은 어떤 남자 일행은 나이 대접을 해달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별관이 혹시 스페셜 룸일지도 모르는데 말야.
2023.03.16.(목)-3일차, 피라마드, 스핑크스를 보고 아스완행 야간열차를 타다.
아침 6시 기상 호텔 밖으로 산책을 한다. 깨끗한 호텔, 골프장과는 달리 정문 밖부터 엉망이다. 길거리는 쓰레기가 뒹군다. 히비스커스 붉은 꽃나무와 길 건너 건물들만 눈에 넣고 싶다. 골프장 쪽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른다. 대추야자, 워싱턴야자 나무가 바람에 이파리를 일제히 나부낀다. 느긋한 나에 비해 아내는 뭔가 서두르는 성격이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아끼고 또 아끼는 절약형 여인이다.
아침은 역시 호텔 뷔페식, 영양이 듬뿍일 것 같은 음식들이다. 식사 후 룸 밖 정원에서 사진을 또, 찍는다. 아내와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약간 다투었다. 내가 너무 느려터져서 그런가 보다. 캐리어를 다시 싼다. 카이로에서 낮 일정을 소화하고, 아스완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야 한다.
기자지구에 BC 2500년쯤 세워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간다. 피라미드는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시내를 걷는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와 자동차의 물결이 마치 강물 같다. 어느 곳에서나 보안검색이 철저하다. 자동차에 실은 캐리어까지도 펼쳐 검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가이드가 겁을 준다. 차량이 꽉 막혀 거북이 도로가 되었다. 오늘 따라 운 나쁜가보다 하필, 우리 차량의 짐을 샘플로 검사한다니 말이다.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 왕들의 무덤이다. 지금으로부터 4,000~5,000년 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이다. 나일강 주변에는 지금도 80여 개나 되는 피라미드가 남아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는 많은 돌을 쌓아 올려 만든 거대한 건축물이다. 밑면은 동서남북을 향하는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져 맨 위는 뾰족하다. 북쪽에 있는 입구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 긴 복도가 나오고, 왕이나 왕비의 시체를 안치한 방에 이르게 된다. 시체는 썩지 않도록 미라로 만들었으며, 많은 보물도 함께 들어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것은 카이로 서쪽인 기자지구의 쿠푸 왕의 피라미드. 이것은 밑면의 한 변이 227m, 높이가 약 146m이다. 평균 2.5t이나 되는 큰 돌을 230만 개를 쌓아 올렸다. 전체 무게가 684만t.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돌을 운반하는 길을 만드는 데 10년, 지하실을 만드는 데 10년, 피라미드를 쌓는 데 2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발길은 어느덧 피라미드 앞의 스핑크스로 향한다. 얼굴은 사람, 몸은 사자 모양을 하고 있다. 카프레 왕(제4왕조의 제4대 왕, BC 2575경~2465경)의 재위 기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스핑크스의 얼굴은 왕의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스핑크스는 당시 왕의 얼굴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내는 스핑크스와 내 얼굴을 각도를 세밀하게 조절하여 스핑크스와 입맞춤하는 명작 한 판을 만들었다. 저 거대한 괴물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많은 아버지, 삼촌, 형님들이 노예가 되어 공사 중 생목숨을 잃었을까?
피라미드 곁에 수많은 낙타와 말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는 카이로 사람들의 밥줄이다. 점심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미나식당. 고등어 조림, 달걀, 아욱국, 불고기가 입맛을 당긴다. 우리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반길까? 한국 사람이 아프리카에까지 와서 현지인을 웨이터로 고용하고, 영업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OLD 카이로의 기독교 유적지로 간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로마 시대의 성체가 있는 곳이다. 공중교회, 아기 예수 피난교회, 우물터가 있다. 기독교 성지 순례 차,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도 많다고 한다. 아내는 그 교회에서 손을 모으고 엄숙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다. 혹시 남편인 나를 교회로 인도해 달라는 기도는 아닐까? 울타리에 늘어선 붉은 히비스커스 꽃 까지도 진지하게 보인다.
다음은 문명박물관(NMEC)으로 간다. 파라오와 미이라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카이로의 고대 도시 푸스타트에 위치하며, 2021년 4월에 개관하였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이집트 문명을 보여주는 십만 점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아치 모양의 입구를 들어서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그곳에는 역대 파라오들의 미이라가 누워있다. 고고학 박물관과는 다르게 삼엄한 경비 속에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아스완으로 가기 위해 17시쯤 카이로의 기자역에 도착한다.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이름만 그럴듯한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바로 옆이 공중화장실이니 말이다. 그런데 차 한 잔에 2달러까지 받는다. 나는 일행 남자와 슬쩍 다른 데로 갔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인제에서 온 분들과 구아바 주스를 마신다.
19시쯤 외국인 전용 열차에 오른다. 10호 차 3~4번 좌석. 저녁 식사가 나온다. 불고기, 채소, 샐러드. 아무래도 비행기 기내식보다는 질이 떨어진다. 그래도 식성이 좋은 나는 빈 접시를 만들었다.
식사 후 차장이 룸 안에 1, 2층 침대를 만들어 준다. 나는 잠시 아내 곁에서 사진을 정리했다. 아내는 금방 잠들었다. 많이 피곤한가 보다. 나는 화장실로 작은 일을 보러 갔다. 덜컹거리는 변기 아래를 내려다본다. 철로가 불꽃을 튀며, 쉬지 않고 후진하고 있었다. 그 구멍 통하여 먼지를 품은 밤공기가 들락거렸다.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70년대 한국의 열차 변기를 여기서 다시 보았다.
사다리를 타고 2층 침대에 올랐다. 스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냥 불도 끄지 않고 누웠다. 얼마 후 잠결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우리 방의 불이 나간 것이다. 차장이 들어오고, 1층 침대의 아내와 몇 마디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15분 정도 지나더니, 불이 들어왔다.
나일강 상류 쪽으로 아스완을 향하여 줄기차게 내달리는 야간 열차, 가끔씩 불빛들만 싣고 카이로 쪽으로 후진하는 암흑 속의 마을들… 나는 깊은 잠의 늪에 빠졌고, 피곤한 아내도 꿈속을 달리고 있었다.
2023.03.17.(금)-4일차, 나세르호수, 필레신전을 보다. 그리고 크루즈에 승선하다
눈을 뜨니, 이른 새벽이다. 덜컹거리는 열차의 화장실로 간다. 억지로 엉덩이를 변기에 대고 큰 것을 빼냈다. 열차의 칸 사이 중간쯤에 기대어 밖으로 눈을 내밀었다. 멀리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보인다. 수로를 곁에 두고 열차는 달리고, 또 달린다. 바나나 농장이 지나간다. 나일강을 먹고 사는 새벽녘 푸른 들판이 싱그럽다.
습지에 하얀 새떼가 집단 무용을 펼친다. 벽이 통째로 구멍이 뚫린 빌라, 먼지를 뒤집어쓴 창가에 매달린 색 바랜 빨래들이 눈으로 들어온다. 밭 가운데 잎사귀 떨군 야자나무 몇 그루가 미동도 없이 서 있다. 사탕수수밭이 보인다. 옷을 홀랑 벗은 산을 안개가 슬쩍 가려주고 있다.
당나귀가 마차를 끌며 덜거덕 덜거덕 지나간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이 70년대 울산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얇은 쇠를 조립해 만든 전봇대가 귀엽다. 수로에 고인 물에 빨강, 흰색, 녹색 자동차가 반사되어 내 눈을 자극한다.
머리를 박박 깎은 산맥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열차를 따라온다. 열차는 숨을 헐떡이며, 쉬지 않고 달린다. 터번을 쓰고 낙타에 타고 가는 사람, 모스크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철근이 머리 위로 삐죽삐죽 나온 낡은 건물들. 모스크 위의 초승달 모형, 그리고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목소리를 내보내는 스피커. 낮은 전봇대가 지나간다. 인조 풋살장이 보인다. 저곳에서도 아프리카 시골의 축구선수들이 희망을 키우고 있겠지. 철로 옆엔 온갖 쓰레기가 바람과 함께 나뒹군다. 저기 길 건너 부서진 모스크가 보인다. 어째서 저렇게 방치되어 있을까?
수로가 다시 보인다. 밀밭 아래 습지에서 배고픈 백로가 풀숲을 뒤지고 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것 같은 마을, 모래와 바위로 된 산맥, 그 아래 배를 곯고 살다가 죽은 이집트인의 성냥곽 만한 묘지들이 서럽게 울고 있다. 길 건너 사막으로 이루어진 모래 산맥 아래엔 번듯한 빌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혹시 저기엔 부자가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또다시 모래산, 모래산, 바위산, 바위산, 산, 산, 산. 그 너머에서 그래도 희망은 잃지 말자며,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고 있다.
낡은 빌라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초가집 같은 지붕을 이고 있는 판잣집, 저 멀리에는 다시 목이 타는 민둥산맥이 끝없이 이어진다. 드넓은 푸른 농장이 강변 평원을 따라 이어진다. 그래도 여기는 복선 전철이다. 기차가 교행한다.
산의 구릉을 따라 손전등처럼 아침 해가 눈에 부딪쳐 앞을 캄캄하게 만든다. 밭을 매는 농부의 굽은 허리가 별이 되신 우리 부모님의 모습과 겹쳐서 보인다. 허수아비도 배가 고픈 것 같다. 들판 멀리 보이는 사막의 산맥이 줄을 이어 다가온다. 가는 잎맥으로만 이루어진 처음 보는 낯선 나무, 그리고 죽은 것 같은 검은 야자수에서는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사막, 사막, 그 곁을 따라 파이프로 이루어진 수로가 여기저기 이어져 있다. 폐차 직전 시골 차량이 아무렇게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검은 터번 노인이 어젯밤 아내와 싸웠는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수만 평의 빽빽한 대추야자 나무 군락을 지나 바나나 농장은 정글을 이루고 있다. 그 곁엔 묘목들이 유치원 아이들처럼 자라고 있다.
열차는 강변의 모래밭 위를 달리고 또 달린다. 철길 옆으로 1차선 아스팔트 길이 뱀처럼 지나간다. 삼발이 오토바이가 천막 쓰고 달린다. 다시 수로의 물결에 햇살이 반사되어 내 눈을 돌리게 한다. 손님 없는 구멍가게가 쓸쓸하게 앉아 있다. 좁은 수로 물속으로 빨간 차가 또, 지나간다. 멀리 공장 굴뚝이 씩씩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일직선 수로, 그 곁 길가에 붉은 히비스커스가 붉게 만발하여 내가 아프리카의 건강을 책임진다고 온몸을 흔들고 있다.
열차의 차창에 스마트폰을 대고 동영상 찍는다. 열차도 힘든지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이름 모르는 나무에 꽃들이 참새 떼처럼 피어있다. 역전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레일 침목으로 울타리를 만든 집. 돌과 흙을 실은 화물열차가 지나간다.
하늘 높이 솟은 모스크 종루가 이 마을 무슬림들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있는 것 같다. 죽은 야자나무가 낙타의 목처럼 슬프게 보인다. 나귀를 타고 가는 어머니와 아들이 일터로 가나보다. 허수아비가 터번을 쓰고 밭을 지킨다. 차선 없는 도로 위로 먼지가 바람에 쫓겨간다. 야자수가 중병에 걸려 있는지 밭둑에 기대어 누워있다. 버스와 함께 달리던 열차가 추월한다.
드넓은 나일강이 출렁인다. 그 왼쪽에 예각, 엇각을 이룬 피라미드 같은 산들이 햇살을 밀어내고 있다. 그 아래의 기침하는 마을, 대추야자 나무 군락, 수로 옆을 따라 이어지는 갈대 군락, 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아버지, 검은 치마로 길의 먼지를 쓸며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시골 여인, 비포장 같은 포장도로, 막대기에 비닐을 씌운 가짜 허수아비, 언덕 위의 태양은 아침부터 배를 곯고 있다.
다시 나일강이다. 물안개가 날아오른다. 수생식물이 물결을 흔든다. 간이역의 낡은 시멘트 벤치가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길을 걷는 검은 소 세 마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타이어 무덤처럼 쌓여 있다.
시커멓게 탄 야자나무 두 그루가 햇살에 다시 그을리고 있다. 이집트에서 트랙터가 내 눈에 처음 나타났다. 바나나 묘목을 싣고 가는 자동차, 경운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열차에 손을 흔드는 이들. 논처럼 질척한 밭들, 그리고 습지가 지나간다.
산꼭대기에 올라앉은 바위들, 흙밭의 간이 축구 골대, 나귀 먹이 풀을 베는 늙은 농부, 혼자 하늘을 찌르는 모스크 첨탑, 굉음을 내지르며 급행열차가 지나간다. 건널목에서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마차, 그리고 담배를 물고 있는 슬리퍼 차림의 젊은이, 그리고 빛 바랜 오토바이가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스모그가 스멀스멀 시야를 가리고 있다. 도시가 가까워졌나 보다.
갈대밭 너머 불에 그을려 고개 푹 숙인 나무, 우표처럼 붙어있는 백성들 묘지 위로 다시 안개가 지나간다. 풀로 엉성하게 지어진 화장실 곁에 시멘트공장과 코크스가 보인다. 그 곁에 연기에 코를 쥐고 있는 농장, 야자나무 위로 날아가 앉는 까마귀 떼, 히잡을 쓴 것 같은 야자나무 군락, 쓰레기를 헤치는 낯선 새떼가 이집트 남부의 새 아침을 열고 있었다.
아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 07:30 조반이 나왔다. 빵, 버터, 잼, 주스, 커피로 아침 에너지를 충전한다. 다시 창밖을 본다. 사탕수수 수확하는 사람들, 대추야자 맹아림의 어깨 춤, 빨간 옷 허수아비의 차렷자세, 연자방아를 돌리는 하얀 나귀 2마리, 그리고 힘겹게 아버지와 아들을 태우고 가는 가엾은 나귀. 왜, 이 아침이 짠함으로 채워질까?
새끼 백로들이 밭에 앉아있다. 할아버지 옆에서 풀 베는 아이.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보며, 십 년 전 하늘로 가신 아버지를 생각했다. 허수아비가 떼로 밭을 지키고 있다. 하늘로 펄럭펄럭 나는 날개가 큰 아프리카 새, 나귀를 타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남자, 풀을 가득 실은 마차를 끄는 당나귀. Today~ Egypt Train is very Interesting. 영어 한 마디를 속으로 지껄인다.
6개의 굴뚝에서 70년대 한국을 먹여살리던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른다. 시멘트 바닥에 퍼질러 앉아 노인이 담배를 핀다. 모스크 탑만 화려한 이집트의 시골 풍경이다. 뿌옇고 검은 도시, 포탄 4개가 길가에 거꾸로 박혀 있다, 내전의 흔적일까? 매연이 있는 곳엔 사람들이 모여든다. 부동산 전문가들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공기가 오염된 곳일수록 땅값이 비싸다.' 하는 말을.
검은 대륙, 검은 도시가 아닌 사막의 나라를 열차로 아스완을 향해 계속 달린다. 철로 변 갈대가 무더기로 줄을 서서 나를 향하여 사열하고 있다. 쓰레기가 난민의 시체들처럼 누워있다. 어서 도시를 빠져나가려 뛰는 나귀의 눈빛이 내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쓰레기를 줍느라 먼지를 뒤집어 쓴 아이들, 히비스커스 붉은 꽃들이 시멘트 숲을 앞에 두고 울고 있다. 청색 삼발이가 청년들을 싣고 달린다. 길가엔 다국적 기업 PEPSI, Coca Cola를 선전하는 간판만 어깨를 펴고 있다. 먼지 묻은 얼굴을 긁는 노인 뒤엔 야자나무 정글이 있고, 목이 잘린 야자수 목재가 쌓여 있다.
청색의 하늘, 회색의 도시, 녹색의 야자 숲이 조화를 이룬 곳이 이집트라고 일단 정의해 주고 싶다. 사막 아래 나일강을 먹고 사는 논과 밭들, 그것을 일구며 목숨을 이어가는 백성들. 아직도 먼지가 따라오는지, 열차 안에서도 코가 막히는 것 같다.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사막의 벽이 조각작품처럼 내 눈을 통과한다.
노랗고 붉은 벽돌집, 언덕에 돌무덤을 이웃으로 하고 사는 마을들. 가슴에 New York를 달고 다니는 청년. 그 뒤를 따르는 늙은 당나귀의 힘겨운 모습. 먼지가 잔뜩 묻은 레일의 자갈들을 본다. 석유를 실은 유조차량, 노출된 송유관이 씩씩하게 이집트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09:00 드디어 나일강의 휴양지 아스완이다. 열차에서 내리니, 맑은 물로 창문을 닦은 것처럼 하늘이 푸르다. 14시간을 밤새도록 달려온 열차. 밖에 나가서 자세히 보니, 열차의 유리창에 먼지가 겹겹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침 내내 세상이 답답할 정도로 뿌옇게 보였던 것. 바보 같은 내가 아침 내내 까맣게 착각한 것이었다. "이집트는 정말 사람들이 살 수 없는 나라구나, 불쌍한 나라구나." 하고 반쯤은 오판한 것이다. 잠시 속으로 웃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였던 에라토스테네스가 생각났다. 하짓날 아스완에 태양이 90도로 남중하는 것과 이곳에서 900km쯤 떨어진 나일강 하구의 알렉산드리아에서의 태양의 남중고도 차를 이용하여 구약시대였던 약 2500년 전에 지구의 크기를 계산해 냈던 것. 지구과학 시간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생각이 문득 난다.
평생 기차여행 중 가장 긴 14시간의 여정이었다. 열차에서 짐을 내려 09:15 버스에 승차한다. 크루즈가 강에 줄지어 서 있다. 주황색 꽃을 단 교목이 내 눈을 끌어당긴다. 이집트의 자랑인 아스완하이댐으로 간다. 수천 년 동안 홍수로 고생하던 이집트를 구해 낸 아스완댐. 3일간 함께 할 현지 가이드 압둘이 버스에 동행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던가? 평생 선생을 했던 내 눈에 아스완 대학교가 유난히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가 아스완댐을 건넌다. 여기서부터 카이로로 가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나일강 물길이다.
아프리카 중부의 밀림지대 물의 나라 우간다의 앨버트호와 빅토리아호수에서 출발하는 백나일강, 그리고 아프리카의 동부 이디오피아의 티나호수에서 출발하는 청나일강이 몸을 섞어 한몸이 되어 흐르는 강, 브라질의 아마존강과 함께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나일. 사막의 나라 이집트를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푸른 강. 고대 문명을 찬란하게 꽃피운 물줄기가 바로 위대한 나일강이다. 광활한 나일강 주위의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수력발전으로 막대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엄청난 아스완 하이댐에 왔다.
1960년대에 착공하여 1971년에 준공된 아스완 하이댐에 의해 만들어진 나세르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담수호이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건설 중인 나일강 유입량의 75%를 차지하는 청나일강의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이 완공되면 순서가 바뀌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르네상스댐의 건설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새로운 국제적 분쟁거리가 되고 있다. 나일강 물을 실은 수로가 혈관처럼 이어져 이집트의 나무와 풀을 키운다. 나세르호가 바다처럼 출렁인다.
이집트에 속하는 호수의 북쪽 2/3는 가말 아브델 나세르 대통령(1956~1970)의 이름을 따서 나세르호가 되었다. 그리고 수단에 속한 남쪽 1/3은 누비아호라 부른다. 아스완 하이댐은 소련의 원조를 받아 1970년에 완공되었다. 이 댐의 건설로 나세르호는 이집트로 약 320㎞, 상류인 수단 쪽으로 160㎞ 이상 넓어졌다. 이 때문에 아부심벨에 있는 고대 이집트 신전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 세계적인 신전 아부심벨은 결국 나세르호의 밖으로 옮겨져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9만 명의 이집트 농부와 수단 누비아 지역의 유목민도 이주했다.
필레신전을 보기 위해 아스완댐 보트를 탄다. 목숨을 걸고 나일강 위를 떠도는 아이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1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모습이다. 그 광경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강변의 지층이 유기물을 잔뜩 품어 그런지 검다. 그래서 검은 대륙인가? 크기가 460×150㎞인 충적층으로 덮인 필레의 화강암 암반은 나일강이 최고 수위로 범람할 때도 그 위로 솟아 있었다. 그러나 1902, 1907년에 아스완댐이 축조되면서 물밑으로 잠기기 시작했다.
필레신전은 옛 아스완댐 뒤쪽이 부분적으로 침수되기 전에 탐사되고, 1895~96년 사이에 증축되었다. 그 후 1907년 세밀한 검사 결과 장식물의 채색 부분이 염분에 의해 손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1970년 상류 쪽의 아스완하이댐의 완공과 함께 신전들이 물 위로 다시 드러났을 때는 제단들 중에 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결국 신전을 더 높은 지대인 아길키아섬으로 옮기게 되었다. 필레신전은 어느 정도 본래의 아름다움을 살려 1980년에 재건되어 다행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다음은 미완성 오벨리스크(unfinished obelisk)이다. 이것은 아스완의 채석지대 북부에 자리한 거대한 옛 오벨리스크를 말한다. 말 그대로 세워지지 못하고 미완성인 채 지금도 바닥에 누워 있다. 만약 완성되었더라면 오벨리스크의 높이는 대략 42m, 무게는 어미 코끼리 200마리의 무게에 해당하는 1,200여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벨리스크의 제작자들은 기반암에서 이 역사적 자료를 잘라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강암 일부분에 균열이 가는 바람에 전체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바닥 부분은 여전히 기반암과 이어져 붙어 있었다. 미완성 오벨리스크를 통하여 고대 이집트의 정교한 석조 기술을 다시 엿볼 수 있다. 이곳엔 인부들이 도구를 사용한 흔적과 황토색 선으로 작업한 부분을 표시한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
크루즈(Ms Nile Symphony Nile Cruise)에 탑승한다. 선상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부터 3일간의 크루즈에서 숙식이다. 이동하는 호텔이다. 점심은 오리고기, 소고기, 대추야자, 달걀, 멜론이다.
16:00 누비안빌리지(Nubian Village) 방문이다. 배를 타고 30분 정도 물결을 헤친다. 모래 언덕에 원색의 건물들이 보인다. 마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해변에서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아내는 양말을 벗고 바로 강물에 발을 담근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아가씨들과 말을 섞게 되었다. 그녀들은 이집트의 간호사였다. V자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었다. 누비안 빌리지에서 핑크빛 히비스커스 차를 음미한다.
이곳은 고대 이집트 문명 이전부터 아프리카 중부지방에서 올라와 나일강 강변에서 살아온 누비아족의 전통마을이었다. 하지만 아스완댐의 건설로 수몰되어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길거리 좁은 골목을 따라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다닌다. 건물들이 아프리카스러운 원색으로 튄다. 스카프, 모직공예품, 전통의상, 각종 향신료, 히비스커스차를 비롯한 전통차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19:00쯤 다시 크루즈에 도착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호텔에서 뷔페로 저녁식사를 한다.
2023.03.18.(토)-5일차, 수단 국경 근처 아부심벨, 네페르타리 소신전에 감탄하다
03:00 기상 04:00 크루즈에서 식사 후 아부심벨로 이동한다. 아침 공기가 선선하다. 그믐달이 동쪽 하늘에 눈썹처럼 떠오른다. 차에서 졸다가 눈을 뜨니, 다시 사막이다. 아침 햇살이 따갑게 내려앉은 광야에서 철탑이 혼자 길을 안내하고 있다. 길가에 펼쳐진 하얀 텐트, 그리고 돌집이 내 눈을 고정시킨다.
새로 도로를 건설하고 있었다. 차량이 한 대씩 조심해서 교행한다. 해가 산맥 위로 훌쩍 떠오른다. 도로확장 본부 건물이 지나간다. 컨테이너로 만든 건물, 중간마다 흙더미, 그리고 그림자 때문에 검은 빛깔을 띠는 산들이 태양을 맞이한다. 사막은 피부가 얼마나 뜨거울까? 겨울도 없이 사시사철 여름이니 말이다.
이 나라는 아마도 넓디넓은 사막 위에 태양열 발전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방폐장, 쓰레기 매립장 하나 제대로 지을 곳 없는 딱한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그레이더 2대가 도로를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대기 중이다. 매일 사막을 퍼내는 포크레인도 보인다.
이곳에서는 바람에 모래가 날려가 만들어지는 사막의 볼거리인 사구조차 볼 수 없다. 그저 평평한 사막 뿐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작은 일을 보고는 사막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본다. 버스는 이태석 신부님이 청춘을 받친 수단 근처의 아부심벨을 향해 엑셀을 계속 밟는다.
아부심벨 신전은 이집트 남부에 있는 고대 이집트 유적의 좌상들과 암벽을 60m 깊이로 파서 만든 석굴사원이다. 람세스 2세가 건축한 이 신전은 2년에 한 번씩 햇살이 신전 깊숙한 곳까지 비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1813년 스위스의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가 발견하였다. 그리고, 1817년에 본격적으로 발굴이 되어 세상에 선을 보였다. 그러나 1960년대, 아스완댐의 건설로 인해 수몰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64년부터 1972년까지 세계 50여개국의 국제적인 원조과 유네스코의 경제적 지원으로 원래 위치보다 65m 높은 곳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전 비용만 무려 3,600만 달러가 들었다과 한다.
아부심벨 신전은 정면 높이가 32m, 너비는 38m이다. 입구에 22m의 람세스 2세 조각상이 4개가 앉아있다. 대 신전 중앙은 람세스 2세로 그 앞에 나란히 있는 것은 가족상이다. 안쪽에는 프타 신, 아멘 라 신, 라 호르아크티 신, 그리고 람세스 2세의 상이 있다. 상의 다리에는 누비아 원정을 떠난 그리스인 용병의 고대 그리스어 낙서가 새겨져 있다. 람세스 2세 상 중 왼쪽에서 두 번째 상은 신전이 완공된 몇 년 뒤 일어난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북쪽 벽에는 카디슈 전투, 남쪽 벽에는 시리아, 리비아, 누비아와의 싸움이 그려져 있다. 대 신전 오른쪽으로 100m 쯤 떨어진 곳의 네페르타리 소신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소신전은 람세스 2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며, 첫 번째 왕비 네페르타리(Nefertari)를 위해 지은 것이다. 이집트 최초로 왕이 왕비를 위해 지은 이 신전은 사랑의 여신 하토르에게 헌정한 것이라고 한다.
소 신전엔 람세스 2세의 입상 4개, 네페르타리 왕비의 입상 2개가 정면 벽의 안에 양쪽으로 대칭을 이루도록 조각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람세스 2세 조각상과 네페르타리 왕비 조각상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호수 쪽으로 멀리 이동하여 광각을 이용하여 두 신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신전의 뒤를 돌며 걷는다. 브라질에서 온 미녀들과 사진도 찍는다. 눈을 들어 신전 윗쪽을 보니, 두 사람이 볕이 가득한 경사를 따라 오르고 있다.
크루즈에 다시 올라 콤옴보로 이동한다. 짙푸른 나일강, 크루즈가 오가고 강변엔 야자수, 물소, 목욕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강변으로 기차가 속도를 내며 지나간다. 강가 멀리 사막은 끝없이 나오고 있다. 해오라기, 갈매기가 푸른 강물 위를 돌며, 노래한다. 고장난 배를 끌고 가는 배를 본다. 선상에서는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인들이 여유롭게 보인다.
18:00쯤 콤옴보에 도착했다. 콤옴보신전(Temple of Kom Ombo)의 야경을 본다. 룩소르를 지나 아스완 북쪽으로 48km 거리에 있는 이 신전은 기원전 332년에서 395년 사이에 세워졌다. 이 사원은 원래 악어 머리형상을 한 소백(Sobek)신과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신에게 바쳐진 것이다. 이 두 사원을 콤옴보 신전이라고 한다.
어두운 이국의 밤, 크루즈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우리 부부, 그리고 울진 아줌마는 일행을 놓치고 말았다. 크루즈로 돌아갈 일이 난감했다. 다행히 울진 아줌마가 일정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물어물어 크루즈를 찾았다. 나중이 알고 보니, 가이드는 우리 일행을 놓친 줄도 모르고 태평하게 크루즈에 와서 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잠시 후 그 사실을 알아차린 가이드가 정중하게 사과의 말을 하였다.
20:00시 선상에서 칵테일 파티가 벌어졌다. 몸이 들썩들썩, 코가 크고 머리가 노란 다리 늘씬한 서양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나도 함께하며 청춘을 뿜고 싶었다. 하지만, 쑥스러운 것도 아니었는데 순간 참고 말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가 이어졌다. 배는 밤잠도 잊은 채, 다시 나일강을 가른다, 아프리카의 북동부를 가른다.
2023.03.19.(일)-6일차, 에두프신전, 멤논의 거상, 왕가의 계곡, 카르낙신전, 룩소르신전과 마주하다
04:20 기상하여 다시 갑판 위에 올랐다. 모든 크루즈선이 정박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강가의 부지런한 말들이 발자국을 찍으며 나일강을 깨운다. 밤별들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강변 건물 시멘트벽엔 은은한 아프리카 불빛이 졸고 있다. 참새들은 벌써 새날이 왔다고 지저귄다. 아니 봄맞이 연애라고 할 것처럼 빛깔 고운 소리를 주고 받는다. 강 건너에서 허름한 옷차림의 한 남자가 난간을 타고 넘는다.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보다. 가로등 불빛은 잠을 잊은 채, 아직도 길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크루즈에서 아침식사 후 점심식사 대용으로 빵을 쇼핑백에 담아 나눠준다. 에드푸신전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아이들이 우리가 타는 버스 입구로 몰려와 빵을 달라고 애원한다. 아내가 빵을 한 봉지 건네주자 받은 아이는 얼굴빛이 환해졌다. 하지만 못 받은 아이는 울고 있다. 왜 아프리카는 배가 고픈 대륙일까? 가슴이 저리다.
모래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에드푸신전(Temple of Edfu)을 본다. 이 신전은 호루스 신전이라고도 한다. 이집트 북쪽 에드푸의 나일강 강변 모래 속에서 발견되었다.
이 신전은 기원전 237년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착공한 후 역대의 여러 왕을 거쳐 기원전 57년에 현재 모습으로 완공되었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흙속에 묻혀 있던 것을 1798년 이집트-시리아 원정에 참여한 프랑스 원정대가 발견한 것이다. 이것을 20세기 초에 프랑스 고고학회가 발굴하여 복구하였다. 탑문, 주벽 등의 구조는 물론 부조 등의 장식도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굴되어 당시의 신전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집트의 신전 중 가장 온전하게 보존된 것이 에드푸신전이라고 한다. 이 신전은 천장까지 원형 그대로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변기가 높아 깨금발을 해야 될 것 같다. 아랍인들은 우리보다 키가 큰 걸까? 시공업자가 기술이 부족한 것일까?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다. 버스는 다시 시동을 건다. 배고픈 사람들이 자꾸 달러를 달라고 온다. 이집트가 모두 배가 고픈가 보다. 남루한 옷차림, 어두운 표정, 담배 연기를 짙게 내뿜는 사람들. 그들을 싣고 가는 삐쩍 마른 말과 당나귀들.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나무, 시멘트 벽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낡은 빌라들. 비포장길을 울퉁불퉁 달린다. 그래도 밖에 고기를 매단 정육점이 보인다.
기차도 보이지 않는 철길이 보인다. 옥수수대를 실은 자동차가 지나간다. 공장의 연기가 눈치코치 없이 하늘을 휘젓는다. 먼지를 먹고 사는 나무들, 그 곁에 쓸쓸하게 햇살을 붙들고 있는 묘지들. 건축 현장에서 시멘트 작업을 하다가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반갑다.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는 이 나라에도 ADHD에 걸린 사람들이 있을까? 번듯한 건물은 관공서와 모스크뿐이다. 붉은색 히비스커스가 각혈하며, 거리를 지킨한다.
멤논의 거상 앞에서 버스가 정차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왕들을 예배하고 죽은 왕들에게 바칠 물건과 음식을 저장하던 곳이란다. 아멘호테프 3세가 지은 이 건축물은 후세의 파라오들이 완전히 파괴했단다. 남아 있는 것은 몇 개의 토대와 높이가 10m나 되는 거대한 돌기둥, 그리고 멤논의 거상이라고 부르는 2개의 조각상뿐이다. 이 조각상들은 아멘호테프 3세를 나타내고 있다. 머리에 쓴 관을 합하면 높이가 거의 22m나 된다.
북쪽에 있는 조상은 기묘하게 높은 소리를 냈기 때문에 고대에는 노래하는 멤논으로 유명했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와 그의 왕비인 사비나를 비롯하여 수많은 로마 관광객들이 이 놀라운 소리를 듣기 위해 테베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거상을 군데군데 수리한 후로 노래하는 멤논은 두 번 다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왕가의 계곡(vally of the king)으로 간다. 이 계곡은 이집트 신왕국 파라오들의 공동 묘역으로 투탕카멘의 유적으로 유명하다. 도굴 방지를 위해 이집트 남부에 건축한 것이다. 풍요롭고 안정된 생활이 내세에도 이어지기를 바랐던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면 영혼이 다시 찾아와 새로운 삶이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역대 파라오는 기자 지역에 자신을 위한 특별한 무덤인 피라미드를 대규모로 건설하였다.
그중 고왕국의 쿠푸 왕 피라미드가 가장 크고 잘 알려져 있다. 중왕국 시대 이후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인적이 드문 산 절벽에 구멍을 뚫어 무덤을 만들었다. 이러한 무덤들이 모여 룩소르에 ‘왕가의 계곡’이라는 무덤군이 조성된 것이다.
피라미드는 나일강의 범람으로 일자리를 잃은 농민들의 불만을 막고 사회적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가 대대적으로 벌인 공공사업이었다. 이 공사를 통해 국가는 농민들에게 임금과 일자리를 제공하였단다. 정말 그랬을까? 백성들을 노예로 삼지 않고 어떻게 불가사의로 불리는 건축물을 세웠겠는가?
아내는 람세스상 인형을 구매한다. 선상에서 점심 식사 후 다시 신왕국시대의 수도인 룩소르 시내로 향한다. 세계 최대의 야외 박물관이 바로 룩소르이다. 카르낙 신전으로 간다. 이 신전은 룩소르 신전 북쪽 3km 지점에 있다. 현존하는 신전 가운데 최대 규모의 신전이 바로 가르낙 신전이다. 기원전 2000년부터 건립되기 시작했지만, 역대 왕들에 의해 증축과 개축이 되풀이되었다. 초기 건축물로는 제12왕조 세누세르트 1세의 신전만이 남아 있다.
현재의 신전은 신왕국 시대부터 1500년 뒤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이르는 긴 시간에 걸쳐 건립된 10개의 탑문, 제19왕조의 창시자 람세스 1세로부터 3대에 걸쳐 건설된 대열주실, 제18왕조의 투트모세 1세와 그의 딸로 여왕이 된 하트셰프수트가 세운 오벨리스크, 투트모세 3세 신전, 람세스 3세 신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높이 약 23m의 석주 134개가 늘어선 대열주실은 너비 약 100m, 안쪽 깊이 53m로 안쪽의 하트셰프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와 함께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다음은 룩소르 신전(Luxor Temple)이다. 오늘날 룩소르에 있는 대형 신전으로 대략 기원전 1400년 경에 건립되었다. 제18왕조의 아멘호테프 3세가 건립하고 제19왕조의 람세스 2세가 중축하였다.
꽃이 피어 있는 파피루스와 피지 않은 파피루스 기둥이 특이하다. 높이 16m의 원주열은 주랑 측벽에 투탕카멘 왕이 오페드 축제 내용을 새긴 얕은 부조와 함께 신전 중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이다. 대탑문, 람세스 2세의 뜰, 제2탑문, 열주실 등으로 이어져 있다.
오늘이 가장 일정이 바쁜 날이다. 마차를 타고 룩소르 시내 야간투어를 한다. 사진 찍고 2달러 팁을 준다. 망고주스가 나왔다. 야간 룩소르 시내는 비교적 청결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20시쯤 버스에서 내려 나일강가에 하차했다. 크루즈가 늦게 와서 30분 이상 기다렸다.
크루즈 도착하고, 방문을 열자 Surprise를 외치는 객실 승무원들, 천장에 수건으로 접어놓은 원숭이의 귀여운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옆방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강릉에서 온 70대 부부인데, 아저씨가 화를 단단히 내며 야단을 치는 것이다. ‘사람을 놀라게 한다고, 이게 뭐냐고, 애 떨어지겠다고, 1달러 팁을 받으려고 이런 짓을 하느냐고’ 승무원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 말로 소리소리 지른다. 나이는 지긋한 사람이 좀 이상한 성격을 가진 것 같다. 나는 아내와 함께 웃음이 터져나오는 배꼽을 꽉 쥐고 있었다. 한국 망신이었다.
사실은 객실 승무원들이 객실을 정리하는 시간에 닭, 원숭이, 하마 등을 수건으로 접어놓고,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서비스의 차원인데 말이다. 어제 우리 방에는 면 타올로 만들어진 수탉이 침대 위에 그림처럼 앉아있었다. 21시쯤 크루즈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것을 오늘 실감했다. 그리고 바로 꿈의 바다로 항해했다.
2023.03.20.(월)-7일차, 홍해 연안 후루가다에 가서 사막투어하다
04:50 기상하여 일을 보았다. 그리고 05:20 갑판에 오르니, 강변 야자나무 잎사귀들이 새소리에 팔랑거린다. 앞뒤 크루즈의 아침을 여는 엔진소리가 작은 물결을 만든다. 벌써 체크아웃을 하고 떠나는 여행객들의 웅성거림과 캐리어 바퀴 소리가 새벽을 가른다. 아침 식사는 빵, 찐 계란, 잼, 꿀, 요구르트, 커피, 토마토, 오이, 자몽, 캘로그를 담아왔다. 출발 전 로비에서 인도에서 온 아이들 두 명의 귀여움을 본다. 짐을 챙긴다. 오늘은 크루즈에서 내려 사막을 가로질러 후루가다로 가는 날이다.
07:00에 버스에 오른다. 룩소르 길가의 붉은 노란 주황 하얀 히비스커스 꽃들이 이집트를 사랑해 달라고 손짓한다. 그 옆에서는 샛강이 보이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인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었다. 물소, 밀밭, 흰 낙타, 고기잡이 쪽배. 미니 모스크, 히잡 쓰고 등교하는 여학생들, 파출소 난간의 경찰관들, 군인, 펄럭이는 이집트 국기, 망가진 고깃배, 전선에서 줄넘기하는 작은 새떼. 열차가 치타보다 빨리 지나간다. 송수관처럼 보이는 검은 파이프라인이 노출되어 있다.
홍해가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 고압선 전봇대 아래 사막을 나는 까마귀, 검은 산맥과 붉은 산들이 연이어 이어진다. 중앙분리대의 폭은 100m 정도, 이정표가 외롭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낡은 양탄자 같은 길가의 미친 여자 머리 같은 들풀들, 유조차, 버스, 트럭, 유조차에 끌려가는 소형 버스. 산맥의 중턱을 가르는 퇴적층리, 철탑 아래 태양전지판, 화물차 승용차 나들목, 나귀를 끌고 가는 사람이 TV화면처럼 지나간다.
휴게소에 닿는다. 나일강 물을 어떻게 여기까지 끌어오는지 궁금했다. 현지인에게 물으니, 이곳은 지하수를 이용한단다. 사막에도 지하수맥이 흐르는 것이다. 휴게소 뒤 나무 칸막이에서는 양 몇 마리가 귀한 풀을 뜯고 있다. 휴게소 저편 마당에서는 나귀를 타고 가는 검은색의 아기 양, 그 뒤를 따라가는 개 두 마리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새끼 양을 안고 있는 아이가 맨발의 다른 아이와 곁에서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막의 높은 산들이 키재기를 하며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말라죽은 풀들, 산맥 사이로 도로가 굽이친다. 짙푸른 홍해가 내 눈을 크게 뜨게 한다. 버스는 홍해를 오른쪽에 끼고 북으로 계속 달리다. 서쪽 벌판은 풀 한 포기 없는 메마른 산맥으로 이어진다. 일방통행 도로, 자동차들이 제법 분주하다. 나들목도 보이고 고압선, 저압선, 전주들이 이어진다.
멀리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를 가진 산맥들은 아마 지질시대에 빙하였을 것이다. 동쪽에서 에메랄드 빛깔로 우리를 반기는 홍해, 길가에는 죽지 못해 여기저기 서있는 야자나무. 키 큰 녹색 가로등. 버스가 나들목을 통과한다. 낮은 흰색의 건물들이 사치스럽게 보인다. 풀을 뜻는 기린의 목처럼 굽은 야자나무, 해변에 연속으로 나타나는 붉은 건물들. 미완성 건물의 녹슨 뼈대들. 짚으로 싸아놓은 목 부분에서 새싹이 나오는 야자수.
11:00쯤 후루가다의 호텔(Hilton Hotel Plaza)이 푸른 바다 홍해에 잘 왔다고, 손들고 우리를 반긴다. 체크인하고 바로 점심 뷔페시간. 이 호텔에서 커피와 음료수는 모두 공짜. 며칠 묵는다면 양주, 맥주, 음료수를 맘껏 흡입해 볼 텐데…. 아름다운 바다 홍해가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숙소이다.
넓은 거실의 트윈베드, 거실과 룸의 와이드 TV, 화장실도 2, 로비 밖은 출렁이는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이다. 코 큰 서양인 남녀들이 쌍을 지어 수영장을 누빈다. 반나체로 선텐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로 눈이 절로 간다. 물결 잔잔한 바다 건너엔 이름을 알 수 없는 섬이 떠 있다. 에메랄드빛이 바로 이런 것일까? 여행 중에 만난 최고급 호텔이다. 그런데 작은 캐리어의 비밀번호가 어떤 이유로 바뀌었는지 개방을 할 수 없었다. 아내와 함께 별짓을 다 해보았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할 수없이 보안관을 찾았다. 강력한 드라이브로 그놈을 강제로 열릴 수밖에 없었다.
해가 넘어갈 때쯤 사막 사파리(옵션 80유로)를 위하여 토요타 지프에 오른다. 잠깐 아스팔트길을 지나 사막 속으로 향한다. 산유국인 이집트의 석유 채굴장면이 보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울퉁불퉁 자동차가 튄다. 온몸이 자동으로 들썩인다. 머리가 천장에 부딪칠까봐 겁난다. 23km쯤 달려 우리 일행은 사막 한가운데 놓여졌다.서산을 넘는 해와 모래 산악을 배경으로 지프의 꼭대기에 올라 각자 개성있는 포즈를 취한다. 사진이 나를 빨아들인다. 아내도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돌로 이루어진 산을 오른다.
어느덧 해는 사막 서쪽의 스카이라인을 넘었다. 경사가 급한 산 아래엔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모래가 쌓여있다. 발이 모래 속으로 쑥쑥 들어간다. 모래가 신발을 채운다. 달빛 한 줄기 없는 밤, 겨울철 별자리가 초저녁 하늘을 수를 놓는다.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황소, 마차부, 쌍둥이자리가 눈부시다. 캄캄한 하늘엔 베텔기우스, 시리우스, 프로키온이 만드는 겨울밤의 대삼각형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나는 일행들에게 간단하게 별자리 강의를 하고, 아프리카에서 보는 별빛을 사진에 담는다.
아직까지 나는 본격적인 사막 투어는 아직 못 해보았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잠깐, 그리고 오늘 이집트의 후루가다에서 살짝 한 것이 전부이다. 이집트에는 시와, 바하리야, 파라프라은 유명한 오아시스 도시가 있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사막 투어를 해보아야겠고 마음 먹어본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다. 뷔페에 와인을 진하게 곁들여 만찬 시간을 만든다. 아내와 후루가다 밤을 더 느끼려 호텔 밖으로 빠져나간다. 후루가다센터가 있는 까루프에 들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며 아이쇼핑을 한다. 호텔에 들어와 마시는 쓴 커피가 아프리카의 밤을 낭만으로 채워주었다.
2023.03.21.(화)-8일차, 후루가다 해변에 반하고, 다시 카이로에 가다
오전은 후루가다 일정은 자유시간이다. 아내와 홍해의 물결에 반사되는 부드러운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해변을 걷는다. 영국에서 온 흑인, 그리고 이집트 남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스마트폰에 한 장씩 집어 넣는다. 바다 건너 아라비아 반도에서 사막을 걷는 낙타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11시 반 호텔 체크아웃, 다시 카이로로 돌아간다. King Fish 음식점 앞에 버스가 시동을 끈다. 점심 식사는 해산물이다. 홍해를 유영하던 튀긴 생선 한 마리씩이 상에 올라왔다.
버스에 다시 올랐다. 홍해를 끼고 달리던 바다는 잠시 후 아프리카와 시나이반도를 가르는 수에즈만으로 변한다. 여기가 지구의 유전지대가 몰려있는 아라비아반도 건너이다. 앞의 바다는 엷은 청색, 뒤의 바다는 짙은 청색이다. 그런대로 잘 닦여진 고속도로 옆으로는 햇빛이 작렬하는 끝없는 사막으로 이어진다.
넉넉한 중앙분리대를 가진 일방통행 고속도로를 버스는 엑셀을 밟는다. 검은 파이프가 길을 따라온다. 송유관으로 보인다. 전선이 없는 철탑이 이어진다. 아마 고압송전선을 세우려는 것 같다. 멀리 수에즈만의 석유시추선이 보인다. 무역선의 느린 이동도 눈길을 잡아끈다. 석유 저장시설이 해변 도시마다 보인다. 길가엔 건축물 쓰레기장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새로운 도시가 휙 지나간다. Ras Gahrib City 간판이 보인다. 길거리 저쪽에 풍력발전기 단지가 여유를 부리며,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수많은 무역선들이 오가는 수에즈만 푸른 바다를 끼고 버스는 계속 질주한다.
15:30분 휴게소 IABARA HOUSE가 우리 일행을 휴식하라고 한다. 풍력발전의 도시, 바람의 도시를 지나더니, 바다가 자취를 감췄다. 먼지만 가득한 사막이 이어진다. 하늘도, 산맥도 모두 코를 막고 있다. 풀 한 포기 없는 산들의 외로움, 그리고 협곡은 마치 외계의 행성에 온 것처럼 그림자를 품고 있다. 이곳 고속도로는 양호하다.
차창의 유리를 뚫고, 사막의 먼지가 들어오는 것 같다. 목이 칼칼해지는 것 같다. 졸다가 차창을 내다보며 끝없는 사막을지나다 보니,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다시 카이로. 교통이 막힌다. 자동차가 홍수를 이룬다. 경적이 겹쳐서 울려퍼진다. 18:30 며칠 전 들렀던 식당 미나에서 한식 속으로 빠져든다. 불고기, 배추김치, 무김치, 부침, 숙주나물, 그리고 멜론. 한국 방송 tvN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11회 ‘마침내 베일을 벗은 미지의 땅 사우디’라는 방송을 송출한다. 20시간 넘어서 먼저 숙박했던 호텔(Hilton Pyramid Golf Hotel)에 도착하였다. 골프장을 옆에 낀 호텔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2023.03.22.(수)-9일차, 알렉산드리아에서 지중해와 만나다
아침식사 후 알렉산드리아로 이동한다. 사막의 날씨가 흐림이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경찰까지 동승한다. 일자리 나눠 갖기 차원이란다. 경찰은 몸집이 크고 배가 불룩하다. 백성들은 굶는데 혹시 뇌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건 아닐까? 대로변에 건축물 쓰레기가 널려 있다.
길 왼편 너머로 안개에 싸여있는 피라미드가 어렴풋이 보인다. 쇼핑점에 들렀다. 만수르 대추야자, 시드르산에서 나온다는 꿀, 죽음 빼고 다 고친다는 Black Honey, 히말라야 소금, 검은 후추, 치아를 닦는다는 나무 Chaste Tree, 미스왁 치약 등 여러 가지가 일행을 유혹한다. 물건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밖으로 나가 길거리 풍경을 살핀다. 피라미드로 출근하는 낙타들이 바쁘게 발자국을 찍는다.
가이드 알리가 내게 말을 건다. 자기가 이 근처에 산다고 한다. 청소부가 돈을 달라고 한다. 밭에서 새들을 쫓으며 풀을 베는 사람들이 보인다. 낙타에게 먹일 음식이란다. 다시 잠의 늪에 빠졌다가 나왔다. 포도밭이 이어진다. 사람 사는 마을이 보인다. 뼈대만 남은 건축물들이 보인다. 수로가 보인다. 건축 폐기물이 여기에도 길을 따라 버려져 있다. 야자숲 정글이 산소를 뿜어낸다. 비닐하우스로 되어 있는 포도밭도 보인다.
드넓은 경작지, 스프링클러가 쉼없이 자기 할 일을 한다. 토마토를 싣고 가는 빨간 용달이 귀엽다. 수백만평 밀밭이 지나간다. 농부들도 보인다. 그들에게 앉은뱅이 의자라도 사주고 싶다. 계속 연결되는 대수로. 젖소농장이 보인다. 가로수도 보인다. 공업지대가 우리를 맞이하며 굴뚝으로 하늘을 찌르며, 연신 매연을 토해낸다. 자동차 수송 차량이 8대의 승용차를 싣고 우리 곁을 지나간다. 갈대숲이 지나간다. 물류 차들 달린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마음까지 흐려지려고 한다. EL FARDOS City 간판이 보인다.
도시는 다시 흑갈색이다. 물류기지가 차려져 있다. 화력발전소가 보이고 다시 공업지대 공장 굴뚝이 보인다. 중고차 시장도 보인다. 콩깍지를 실은 차가 지나간다. 양의 먹이일까? 인공호수 같은 물밭이 이어진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고 있다. 그 건너 타워크레인이 우뚝 서있다. 이정표엔 알렉산드리아 8km이 안내를 하고 있다. 고층아파트가 나타나고, 지저분한 거리가 보인다. 유럽인들을 닮은 사람들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드디어 500만 인구의 알렉산드리아에 진입하였다.
지중해의 군사적 방어체계 카이트베이 요새를 보러간다. 그리고 세계 7대 불가사의 ‘파로스 등대자리’의 알랙산드리아 도서관을 보러 가는 것이다. 카이트베이 요새 앞에 빨간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이 모여있다. 이집트 아가씨들이 한국에 관심을 보인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를 연발한다.‘I Love Korea’를 외치는 분홍옷 아가씨. 요새에 올라가 장군의 마음을 담아본다.
길 건너 알렉산드리아 대학교 정문이 내 눈에만 보이는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외관을 본다. 한글 "세, 월, 강"이 다른 나라의 글자보다 유난히 크게 새겨져 있었다. 아내와 함께 카메라의 피사물이 되어본다.
점심은 Lunar Park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해산물을 맛본다. 호기심 많은 나는 식사 후 현지인의 물담배를 물어보았다. 버스는 다시 카이로로 이동한다. 놀이기구가 열심히 돌아가는 테마파크의 자이로드롭을 본다. 잠에서 깨어보니, 17:00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주위를 느긋하게 걷는다. 호텔의 야자나무, 그리고 꽃들의 사진을 찍는다. 아내의 오카리나 연주가 잔잔하게 퍼진다.
저녁 식사 후 다시 아내의 아름다운 오카리나 소리빛깔이 아프리카의 초저녁에 감미로움을 심는다.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아리랑, 어메이징 그레이스, 홀로 아리랑, 아침 이슬’이 흘러나온다. 이집트 남자가 동영상을 찍겠다고 다시 연주를 부탁한다. 그리고는 어메이징, 원더풀을 연발한다. 이제 호텔에서 마지막 밤이다.
2023.03.23.(목)-10일차, 아부다비를 향하여 밤 비행기 날다
5시에 일어나 호텔 주위를 열심히 걷는다 오늘 아침 걷지 않으면 비행기에서 하루를 소비하기에 하루 만 보 걷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짐을 싸고 아프리카식 아침식사로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제주 한달살이 예정이라는 부부와 담소를 나눴다. 남자가 뇌경색으로 5년 전에 쓰러졌었단다. 지금도 언어영역 부분을 치료 중이란다. 그들은 힐링을 할 겸, 중앙아시아 지역의 코카서스 지역을 많이 여행했다고 한다. 아까 조깅하던 흰머리 남자와 마주쳤다. 전라북도 도의원이었다. 그 곁에 또 다른 두 명의 의원들과 사는 얘기를 했다. 전라도에 오면 꼭 연락하란다.
8시 15분 체크아웃을 하고, 9시에 버스를 타고 카이로공항으로 간다. 나일강의 서안에서 동안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1달 간 라마단 기간이란다. 해가 떠있는 동안은 금식이다. 물도 마실 수 없단다. 단, 어린이 노약자 임신부 여행객은 예외다. 현지 가이드 알리가 눈물을 보인다. 우리는 운이 좋은 것이란다.
편도 8차선 도로를 달린다.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추운 곳에 살아야 할 저 나무가 어떻게 해서 여기에 있을까? 얼마나 더위에 고생이 많을까? 공항 대기 중 사우디아라비아 청년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 청년은 영어를 전혀 못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아랍어와 우리 말을 연결할 수 있었다
13:40 아부다비행 EY654편에 탑승하였다. 옆자리에 지난번 서프라이즈 사건의 주인공인 강릉에 사는 분과 이웃하여 앉았다. 30년 전 강릉고등학교에 근무했던 생각이 나서 말을 걸었다. 그 당시 교감이었던 정의윤 선생님의 안부를 물는다. 돌아가셨단다. 인자하셨던 선배 선생님의 명복을 빌어드린다.
내 왼쪽에 인도 사람이 착석해 있다. 집은 인도와 두바이에 있단다. 아내와 딸과 함께 두바이로 가는 중이란다. 사업가라고 한다. 함께 셀카도 찍고, 이름과 전화번호도 교환하였다. 기내식 점심식사가 나왔다. 치킨에 적포도주,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다. 늦은 점심 시장이 반찬이다.
18:45 아부다비 도착 22:15 EY856편으로 환승하였다. 오늘은 두 편의 비행기 모두 아내와 자리가 떨어져 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드는 이런 것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나보다. 여행사가 세밀하지 못한 것 같다. 11:30이 넘어서 저녁식사가 나왔다. 양고기와 아이스크림이었다. 내 왼쪽엔 여자, 오른쪽엔 남자가 앉았다. 피곤을 핑계로 그들과는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 테니스경기만 잠깐 보았다. 어차피 창가에 앉지 못한 것.그냥 잠이나 자자. 그리고 연속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였다.
2023.03.24.(화)-11일차, 아부다비에서 다시 고국으로
부스럭 소리에 눈을 뜨니, 기내식 아침식사가 나온다. 밥 생각이 전혀 없다. Beef를 먹었다. 와인은 생략하였다. 비행기 창문으로 아시아의 아침 햇살이 들어온다.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를 쓰고 착륙을 기다린다. 산동반도 발해만을 통과한다. 비행기는 아부다비 출발 약 8시간 반만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한국시간 오전 11시 35분이었다. 1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면서 아내를 보호해 주지 못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비행하였다.
30여 분 기다려 7200번 버스를 탔다. 고속도로를 달려 송추에서 하차했다. 택시를 타고 양주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오후였다. 사막의 나라 이집트가 며칠 간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며칠 간 친구들과 친척을 만나고 제주도로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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