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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죄와 벌/이소영 죄와 벌/이소영 붕어빵에 붕어 없고 비엔나엔 비엔나커피 없고 쥐포엔 쥐가 없고 세고비아엔 기타 없다고 검사님, 죄가 되는 건 아니죠, 궁금해서 세월호에 세월 없고 정의구현에 정의 없고 위안부에 위안 없고 아동보호에 보호 없다면 판사님, 벌을 받는 거 맞겠죠, 궁금해서 ― 이소영, 『두근두근 우체국』, 책만드는집, 2023. 2023. 10. 24.
대접을 대접하다/박화남 대접을 대접하다/박화남 뚝배기 식당에서 목소리가 깨졌다 받아 든 설렁탕에 머리카락 보인다고 자리가 펄펄 끓는다 쩔쩔매는 늦은 밤 트집이 묻어있는 대접과 대접 사이 대접을 받으려면 큰 그릇 되라는데 큰 뜻을 품을 줄 몰라 사람만 부풀었다 2023. 10. 24.
2021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2021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____ 장원 -------​ 이팝나무 꽃/ 김정애​ ​ 개밥바라기 주린 별이 당오름에 걸린 그 날 밥풀떼기 계급 달고 지뢰밭 철원을 넘어 반평생 가는 귀 뜬 채 살다 가신 아버지 ​ *이달의 심사평 단수시조 한 편에서 시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풀어내면 책으로 써도 족히 한 권 분량이 되는 아버지의 일생을 읽는다. 초장의 서정적 울림이 강렬한 이 작품에서 '이팝나무 꽃'과 장교를 상징하는 '밥풀떼기 계급'은 이미지가 동일하다. '지뢰'가 가득한 철원의 전장을 누빈 아버지는 전쟁터의 신음을 평생 안고 살았다. '이팝나무 꽃'을 보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는 화자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 _____ 차상 --------​ 꽃무늬 셔츠/홍외숙​ ​ ㄱ자로 꺾인 등 모로만.. 2023. 10. 10.
좋은 단시조 몇 편 좋은 단시조 몇 편 할머니 유모차/공화순 중심이 빠져나가 ㄱ자로 굽은 몸 해 묵은 기침으로 밤새 시달리다가 하르르, 꽃 지는 길목에서 봄날을 끌고 간다 인생의 주소/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에 있던 것을…… 살고 싶어요/윤정란 감자를 캐는데 개미가 쏟아졌다 분노한 철거민들 광장에 몰려들 듯 집 잃은 작은 목숨이 떼지어 달려든다 선운사 꽃무릇/송명호 무슨 일이다냐 이런 불난리 처음 봤다 선운사 다 타겄네 소방차 불렀는디 끄라는 불은 안 끄고 구경만 하고 있네 이사가는 이유/서관호 달팽이 이사 가네 그 동넨 가물었나? 개미가 이사 가네 그 동엔 홍수 났나? 아니래 땅값이 비싸 싼 동네로 간다네 새들이 써놓은 글씨/김성수 .. 2023.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