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할아버지 휘파람 소리/김왕노 할아버지 휘파람 소리/김왕노 할아버지는 숲에 나가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할아버지 휘파람소리는 만파식적을 부는 소리 같았습니다. 할아버지의 푸른 휘파람 소리는 세상의 갖가지 물결이 잦아들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큰 분쟁 작은 작은 분쟁이 사라지라는 염원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휘파람소리로 갖가지 꽃이 피고 아이들의 크고 작은 꿈이 무럭무럭 키우는 단비 같았습니다. 개구쟁이 내가 동네 아이와 한바탕 코피 나도록 싸움질을 하다가도 할아버지 휘파람소리가 나면 마법에 걸린 듯 그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휘파람을 길게 불면 숲속에 이름 모를 새도 재잘거리며 후렴을 넣듯 노래했습니다. 할아버지 휘파람 소리를 알아듣는 골목의 사금파리는 더욱 반짝였고 앵두는 더욱 붉었습니다. 할아버지 휘파람 소리가 세수를 씻겨준 .. 2024. 7. 6. 소를 웃긴 꽃/윤희상 소를 웃긴 꽃/윤희상 나주 들판에서정말 소가 웃더라니까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풀을 뜯는소의 발밑에서마침 꽃이 핀 거야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그것만이 아니라,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소가 중심을 잃고쓰러질 뻔한 것이지 2024. 7. 1. 모과/서안나 모과/서안나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그런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푸른 수첩을 찢다』 (1999. 다층) 2024. 6. 30. 국화 옆에서/서정주 국화 옆에서/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2024. 6. 27. 이전 1 2 3 4 5 6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