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모과나무 모과나무 / 안도현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이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 2008. 3. 25. 하늘 하늘 / 서정슬 하늘이 바다에 내려왔어요 새들이 고기떼 속에 놀고 있네요 하늘이 샘터에 내려왔어요 구름조각 새 물로 헹궈가려고 하늘이 우물에 내려왔어요 두레박으로 구름조각 건져볼까요? 2008. 3. 24. 대청봉(大靑峰) 수박밭 대청봉(大靑峰) 수박밭 / 고형렬 청봉이 어디인지. 눈이 펑펑 소청봉에 내리던 이 여름밤 나와 함께 가야 돼. 상상을 알고 있지 저 큰 산이 대청봉이지. 큼직큼직한 꿈 같은 수박 알지. 와선대 비선대 귀면암 뒷 길로 다시 양폭으로, 음산한 천불동 삭정이 뼈처럼 죽어 있던 골짜기 지나서 그렇게 가면 .. 2008. 3. 24. 느티나무 여자 느티나무 여자 / 안도현 평생 동안 쌔빠지게 땅에 머리를 처박고 사느라 자기 자신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가을 날, 잎을 떨어뜨리는 곳까지가 삶의 면적인 줄 아는 저 느티나무 두 팔과 두 다리로 허공을 헤집다가 자기 시간을 다 써 버렸다 그래도 햇빛이며 바람이며 새들이 놀다 갈 시간은 아.. 2008. 3. 24. 이전 1 ··· 170 171 172 173 174 175 176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