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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 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 2008. 3. 23.
산문에 기대어/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 2008. 3. 23.
술래잡기하는 봄 술래잡기하는 봄 / 김영옥 꿀물에 젖은 꽃잔디 아코디언처럼 겹겹이 접혀 있던 서른 번의 봄을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요 우금고개를 넘어온 꽃바람이 나무둥치를 간지럼 태웁니다 남실바람에 살구색 후레아 치맛 자락이 나뭇잎처럼 날리는 강변 백사장 한 움큼 모래알 속에 오래 숨바꼭질 하던 봄. 꽃.. 2008. 3. 17.
신발論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 2008.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