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유월의 살구나무 유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 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2008. 3. 8. 정동진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 2008. 3. 7. 아버지의 금시계 아버지의 금시계 / 마경덕 아버지 모처럼 기분이 좋으시다. 노란 금시계를 내밀며, 이거 봐라. 오늘 집에 오다가 횡재했다. 십만 원짜리를 삼만 원에 샀다. 허어, 이 비싼 걸 그리 싸게 주다니. 검게 그을린 팔뚝에 금시계 눈부시다. 주름진 손에 금시계 반짝인다. 싸구려 도금시계. 얼마 못 가 맥기칠 벗.. 2008. 3. 7. 공장지대 공장지대 / 최승호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끈들. 저 굴뚝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 자궁 속에 고무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 털들을 하루종일 .. 2008. 3. 6. 이전 1 ··· 174 175 176 177 178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