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문자 메시지/이문재 문자 메시지/이문재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시집『지금 여기가 맨 앞』(2014) 2021. 12. 20. 새벽밥/김승희 새벽밥/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2021. 12. 20. 더딘 사랑/이정록 더딘 사랑/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2021. 12. 20. 점촌빌라 103호/하린 점촌빌라 103호/하린 키울 게 없어서 복순 씨는 청승 한 마리를 애완동물로 키우며 산다 청승에겐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했기에 눅눅한 벽과 퀴퀴한 냄새를 방치했고 손바닥 닮은 창틀만을 허용했다 청승은 무럭무럭 자랐다 밥상 위에 올라가 입맛을 다시고 장판 밑에 들어가 얇아지는 묘기까지 부렸다 언젠가 이웃집 여자가 찾아와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청승은 몇 달째 뜯지 않던 달력 안쪽으로 숨어 버렸다 버릇이 있든 없든 청승이 가엽고 사랑스러워 그녀는 동고동락을 멈추지 않았다 가을겨울 내내 입고 있던 외투 속 찢어진 주머니 안에 넣고 다니거나 봄여름 내내 신고 다니던 낡은 단화 밑창 아래에 깔고 다녔다 청승은 오늘도 복순 씨 주위를 뱅뱅 돈다 똬리를 틀거나 꼬리를 치며 논다 찾아오는 피붙이가 하나 없.. 2021. 12. 17.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