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이승하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이승하 볼품없이 누워 계신 아버지 차갑고 반응이 없는 손 눈은 응시하지 않는다 입은 말하지 않는다 오줌의 배출을 대신해주는 도뇨관(導尿管)과 코에서부터 늘어져 있는 음식 튜브를 떼어버린다면? 항문과 그 부근을 물휴지로 닦은 뒤 더러워진 기저귀 속에 넣어 곱게 접어 침대 밑 쓰레기통에 버린다 더럽지 않다 더럽지 않다고 다짐하며 한쪽 다리를 젖히자 눈앞에 확 드러나는 아버지의 치모와 성기 물수건으로 아버지의 몸을 닦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사타구니를, 허벅지를 닦는다 간호사의 찡그린 얼굴을 떠올리며 팔에다 힘을 준다 손등에 스치는 성기의 끄트머리 진저리를 치며 동작을 멈춘다 잠시, 주름져 늘어져 있는 그것을 본다 내 목숨이 여기서 출발하였으니 이제는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2024. 2. 6. 인생/이기영 2024. 2. 5. 수면내시경/이규리 수면내시경/이규리 누군가 내 몸을 다녀갔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아무 것도 몰랐는데 뭔가 몸이 수상하다 침대 시트에 묻은 타액은 뭘 말하는 걸까 누가 내 몸을 만진 건 아닌지 배꼽 아래 흉터를 본 건 아닌지 천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았을 형광등도 형광등 자신은 한 번도 비추지 못한다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듯 나를 보지 못하는 건 내가 아니다 나를 볼 수 있는 것도 내가 아니다 2024. 2. 5. 머리 감는 날 머리 감는 날/김기린 맑은 날엔 나무도 머리를 감는다 구름 샴푸 풀어서 김기린 [감상] 이 작품을 보면 동시가 생각난다. 물에 비친 나무를 보고 머리는 감는단다. 그것도 구름 샴푸를 풀어서. 천진한 발상이다. 겨울에 이런 이미지를 보니 찬물에 머리를 감고 나면 머리가 얼마나 맑아질까, 아니 어쩌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뭔가 머릿속이 선명해진다면, 그래서 작품을 명쾌하게 쓸 수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다. 자유롭고 싶어 시를 밀쳐두면 시신(詩神)이 떠나고 만다. 시에 매달려 있자니 너무 힘들고 에너지 소모가 많고. 떠난 시신을 불러들이자면 한참을 다시 공을 들여야 올까 말까 하는 누구나 느끼는 창작의 어려움일 것이다. 성인이 동시를 쓰는 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시도해 보.. 2024. 2. 4.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