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버티어주는 달팽이가 고맙다 놓치지 않으려는 느러진장대*가 빛이 난다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겨자과의 두해살이풀 _박주영 디카시집『돋아라, 싹 』(실천,2021) p26~27 2023. 12. 1.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마경덕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마경덕 바람의 체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열린 벌레소리가 익었다 방울벌레 풀종다리 철써기 귀뚜라미 잡초가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제초제를 뿌린 곳에는 소리의 씨가 말랐다 여름내 소리를 키우느라 허리 굽은 하천가 방가지똥 고마리 오가는 발소리에 흠칫 일손을 멈춘다 땡볕아래 그늘을 짜고 품에 맞는 어둠을 들인 건 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농사법 바람에 혀끝이 서늘해질 때 으슥한 둑길에 떨어지는 맑고 처량한 소리 잘 여물었나,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완숙한 소리만 골라 출하하는 야간작업장 물기가 말라 또르르, 먼 곳까지 굴러가면 상품이다 달빛과 주고받는 저 밀거래 제철에 거둔 소리의 값은 얼마일까 만돌린을 켜는 풀종다리, 양금을 두드리는 방울벌레 잡초들이 재배한 완벽한 합주는 어느 악기보다 귓.. 2023. 12. 1. 거미/서안나 거미/서안나 그녀는 알부자다 그녀의 묵직한 아랫배에는 수십 개의 축축한 집과 상상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유목의 들판이 펼쳐있다. 그녀에게 이제 집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부리면 침실이 되고 일터가 되는 그녀만의 물신주의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집이 허름해지면 그녀는 엉덩이에서 유목의 집 한 채를 뽑아낸다 허공에 상처 내지 않고 풀과 나무의 울음소리도 고요하게 통과시키는 우주 그녀는 이 제국의 알부자다 영토와 집과 풍경들을 다시 삼키고 기어간다 거대한 우주를 끌며 2023. 12. 1. 종이컵에게/카피라이터 정철 종이컵에게/카피라이터 정철 너는 물이나 커피를 담는 싸구려 용기였다. 환경에 부담만 주는 허접한 용기였다. 그러나 너는 다시 태어났다. 촛불을 담는 용기로 다시 태어났다. 아빠 손에 들린 너는 저항이었고, 엄마 손에 들린 너는 기도였으며, 아이 손에 들린 너는 희망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네 이름 앞에 '싸구려'나 '허접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다. 네 이름은 용기다 2023. 11. 18.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278 다음